회복하는 생활
편지들(3)
작은 숲
2014. 1. 1. 10:41
2014. 1. 1
네 편지(인사)에 대해 답장을 쓴다. 나는 이 인사(편지)가 네 인사(편지)에 대한 응답임을, 또 답장임을 분명히 하고 싶다. 언제나 네가 먼저 말을 건네 주었으며 먼저 '선물'을 건냈기에 이 '답장'이라는 표지는 그런 너의 건넴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정'이야말로 '답장'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언제나 먼저 받는 것, 그리고 그 건넴을 잘 돌려주는 것으로서의 우정. 너와의 시간 속에서 내가 익힌 것은 먼저 건네는 것보다 부족하나마 충실히 '답장'을 하는 것 정도인 것 같다. 그리고 미안하게도 앞으로도 얼마간은 그렇게 '충실한 답장'을 보내는 정도의 깜냥밖에는 발휘하지 못할 듯하다. 나는 네게 '답장' 밖에 보내지 못하는 게 미안하고, 그럼에도 충실한 답장을 보낼 수 있다는 게 기쁘기도 하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잘 살아낸 한 해라고 생각한다. 잘 살아냈다는 말은 '나'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고 또 '곳간'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잘 살려냈다는 말이기도 하고 잘 나누었다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 '잘 살아냈다'는 말 속에 이런 의미들을 기꺼이 채워넣을 수 있게 되었음이 2013년의 배움이며 또 성과라 생각한다. 내가 하는 말, 우리가 주고 받는 말이 뜬구름 잡는 이론이나 말장난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감과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한 성과이기에 함께 축하하고 또 나누고 싶다.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너의 면면을, 너의 진면목들을 목격할 수 있었고 또 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던 한 해이기도 하다. 너라는 사람을 2013년에 알게 되어, 또 알아가게 되어 무척 기쁘다. 그 성과는 온전히 내가 받아 안고 싶다. 2014년에도 너라는 사람을 만나고 또 사귀어 그 면면을, 미처 몰랐던 진면목을 알아가고 싶다.
사귐이 깊어진다는 것에 대해 언젠가 나는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우정의 목격자가 늘어가는 것이라고, 그것은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을 늘려가는 일이라고. 잘 살아내면서 그렇게 함께 살아가고 살려내야 할 사람들을 늘려가며 한 시절 오직 우리만이 조형할 수 있는 '곳간의 생태계'를 가꾸어가자. 2013년 수고 많았고, 2014년 더 건강하게 즐거움게, 신명나게 어울리자.
그 우정의 메시지에 응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