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는 생활

일미一味, 우정의 맛

작은 숲 2014. 10. 6. 18:46


2014. 10. 6






이사한 송도 집에 도착한 첫번째 우편물, 김이설 소설가의 중편소설 한 권. 여름에 쓴 짧은 글에 대한 답장처럼 도착한 두꺼운 편지 같은 책의 안쪽에 적혀 있는 직접 쓴 정갈하고 고운 글씨를 읽다가 김이설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2006, 하단의 어느 지하실에 옹기종기 모여 그 계절의 단편들을 함께 읽었던, 지금은 사라진 모임. 사람과 장소는 바뀌었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후배들과 함께 ‘비평 세미나’라는 것을 진행했었는데, 김이설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도 그 모임에서 읽었다. 기회가 닿아 짧은 글을 썼고 아마도 그 글을 김이설 작가가 읽었나 보다. 첫 페이지의 문장들과 ‘작가의 말’을 천천히 읽고 밥을 지었다.


어제, 내 친구 진희가 만들어준 일미 반찬. 도시락을 싸다닐 무렵부터 줄곳 먹었던 일미를 끊어야겠다 결심하게 된 건 작년 이맘 때인데 나는 십수년간 김치처럼 먹어왔던 일미를 과감하게 끊었고 곧 오뎅도 끊을 작정이다. 이 우정의 일미까지만 먹고 말이다. 밥숫가락 위에 정직하게 올려질 몇 가닥의 일미를 야무지게 씹으며 나는 10월의 식사를 성실하게 만들어갈 예정이다. 바쁜 스케쥴임에도 내 끼니와 내 밥상을 걱정하며 만들었을 일미를 가만히 들어다보니 뒤늦게 눈에 들어오는 살짝 올려진 깨소금이 이쁘고 정겹다. 돌연 입안에 가득 고이는 침. 유일해서 으뜸인 맛. 우정의 맛, 그래서 一味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