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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

달리면서 하는 기도

by 종업원 2019. 10. 14.

2019. 10. 13



다대포 해변엔 어린 아이들과 어린 부모들로 가득했다. 아이가 없는 이들은 개와 함께 나와 있었다. 아이들보다 개들이 더 활달했고 그건 부모나 주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산책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무언가를 키우고 기른다는 건 한 '개체'와 우연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종'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일요일 늦은 오후, 해변가로 몰려나온 사람들 모두가 오늘만큼은 검게 그을려도 좋다는 관대한 표정이었다. '종'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의 자부심과 여유로 해변이 출렁였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잠시 멀미가 날 거 같아 빙글빙글 돌면서 해변를 빠져나와 도로를 향해 뛰었다.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않고 내내 뛰었다. 언제나 5분 동안은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거 같은 느낌에 휩싸인다. 방귀를 뀌는 심정으로 더 달리다보면 두 발이 바퀴로 변해 저절로 달리는 듯한 순간이 잠시 찾아오기도 한다. 오늘 러닝엔 3km를 지나면서 그 순간이 왔다. 발목이 어느 때보다 노릇노릇해서 가볍게 달렸다. 한번에 10km를 달리니 몸에 약간 무리가 가서 집으로 돌아갈 땐 걸을 참이었는데, 점점 차가워지는 바람과 달리 여전히 몸이 가벼워 스텝을 밟으며 뛰었다. 낙엽을 기준 삼아, 쓰레기를 기준 삼아, 자전거 전동 도로를 기준 삼아, 의미 없이 흩어져 있는 문양을 기준 삼아 스텝을 밟으며 뛰었다. 매순간 달라지는 기준선에 집중하면 그런 나를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뛰다가 발목이 아프면 다시 뛰었다. 전력질주도 해보고 빙글빙글 돌면서 뛰기도 했다. 10km 조금 넘게 달렸다. 지도 어플을 검색해보니 내가 사는 집에서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은 11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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