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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

달리면서 하는 기도 ​2019. 10. 13 ​ 다대포 해변엔 어린 아이들과 어린 부모들로 가득했다. 아이가 없는 이들은 개와 함께 나와 있었다. 아이들보다 개들이 더 활달했고 그건 부모나 주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산책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무언가를 키우고 기른다는 건 한 '개체'와 우연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종'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일요일 늦은 오후, 해변가로 몰려나온 사람들 모두가 오늘만큼은 검게 그을려도 좋다는 관대한 표정이었다. '종'에 관여하고 있는 이들의 자부심과 여유로 해변이 출렁였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잠시 멀미가 날 거 같아 빙글빙글 돌면서 해변를 빠져나와 도로를 향해 뛰었다. 한 모금의 물도 마시지 않고 내내 뛰었다. 언제나 5분 동안은 더 이상 달릴.. 2019. 10. 14.
가을 햇살 2019. 10. 9 좋아하는 것들,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파괴 하기. 오늘도 그 일을 한다. 부서질까 염려하며 두 손으로 매만지던 것을 불현듯 강하게 쥐어 터트려버리거나 애면글면 하며 보살펴온 것들에 고착되지 않기 위해 무심한척 애써 거리를 두다가 뜻없이 방치해버리는 일들. ‘나도 좀 살자’며 등을 돌리는 순간 숨이 멎어버리는 것들, 기지개를 켜자 파괴되는 것들,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영영 떠나버리는 것들. 말 없이 푸르기만 한 식물에 둘러 싸여 있는 것 같다. 짐작할 수 없는 방향으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덩굴에 휘감겨 있는 생활에선 매만지는 모든 것들이 모욕적인 시선으로 돌아보는 것만 같다. 손수 지어 먹던 밥이 성의없는 한끼가 되고 아껴두었던 영화를 잠들기 전에 틀어놓고 자버린다. 보고 싶은 사.. 2019.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