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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35

목소리에 이끌려, 뚜벅뚜벅 2023. 10. 25 池間由布子 Yuko Ikema - とんかつ 池間由布子 Yuko Ikema - Halo (光輪) [2015] 어떤 목소리를 들으면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이 보일 때가 있다. 그 목소리가 끊기지 않고 내내 이어지길 바라며 잠자코 듣다보면 이윽고 여기에 이르게 되었구나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나는 모두가 그런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알지 못한 채 무언가를 말로 전달하기 위해 조용히 외칠 뿐이다. 어떤 글에선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여기에 있지만 저곳으로, 저곳에 있지만 여기로. 멀어지고 다가오는 것들. 흐르는 것은 마음이다.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글엔 마음이 흐른다. 오래전 어느날 내 목소리를 찾아야겠다 마음 먹은 이후로 지금까지 나.. 2023. 10. 25.
버려진 자리, 남겨진 자리 2022. 12. 30 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 한 인터뷰에서 어느 러시아 기자는 고레에다 영화를 일러 “남겨진 사람을 그린다”고 말한 바 있다. 그건 고레에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했던 자신이 만들어온 영화의 알짬이었다. 영화 데뷔작 (1995) 또한 남겨진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빛을 쫓아 갑작스레 곁을 떠나버린 이(이쿠오)로 인해 어둠 속에 남겨져야 했던 이(유미코). 이 시종일관 칙칙하고 어두운 톤을 유지하는 건 이 영화가 상복을 벗지 못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말한다. 유미코가 줄곧 이쿠오의 죽음에 붙들려 있는 건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버려진 것과 남겨진 것은 다르다. 이라는 제목은 무언가를 좇아 갑작스레 여기를 떠난 이쿠오(들)의 알 수 없는 열망(이끌림)을 가리키.. 2023. 1. 9.
뒷부분 김덕희 전시 , 영주맨션, 2022년 12월 18일 2022. 12. 26.
Perfume Genius, <Lookout, Lookout> Perfume Genius, _Interplay, Busan_2011년 9월 15일 2022. 3. 22.
전부터 2019. 11. 17 다대포. 2019. 11 메모를 하면서 손쓸 수 없는 글이 될 것임을 예감한다. 무언가를 쓸 때, 자꾸만 곧 어기게 될 약속을 하는 마음이 된다. 보내지 못한 답장은 어느새 소설이 되어가고, 나는 어디서든 달리고만 싶다. 걷다가 뛰다가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한다. 메모처럼, 노트처럼. 구겨지고 버려질 것들을 만드는 생활. 어두운 해변가에 나와 바닷물이 보일 때까지 걷는다. 간조 때다. 평소보다 조금 더 걷다가 바닷물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 생각했는데, 전에도 왔었던 그 자리였다. 2019. 11. 17.
하하하 2018. 4. 23 경상남도 통영(2018) 누군가로부터 대접 받은 '말차'처럼, 종일 대화하며 걷기. 술 없이도 종일 하하하. 2018. 4. 23.
그늘 아래의 세계 (1) 2018. 4. 18 2018. 4. 18.
봄 산책(1) 2018. 3. 12 2018. 3月 부산 장림 2018. 3. 22.
어떤 후기, 어떤 바람 2016. 6. 8 1.이 사람들과 더 좋은 글을 함께 읽고 싶다, 보석 같은 글들을 선물하고 싶다, 읽기를 통해 아낌없이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년 가을, 중앙동의 작은 책방에서 시작한 이 어느새 2기라는 시간을 훌쩍 지나왔습니다. 쉽지 않은 소설 책을, 그것도 단편집을, 별다른 정보도 없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읽기가 허락되지 않는 삶의 틈바구니 속에서 애써 읽고 또 읽지 못할 때는 읽어야 한다는 걱정으로, 염려로 읽기를 지속하느라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작은 여정이었지만 따로 또 같이 읽기의 시간을 완주했다는 것에 축하의 인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11주간 동시대의 한국 소설이 각자의 일상과 생활에 어떤 모습으로 내려앉았을지 그 결과 무늬가 궁금합니다. 어느 날, 어느 때, 어느 사람과 함께 .. 2017. 12. 27.
오후 6시의 햇살 2016. 8. 20 누구의 것도 아닌 화분_2016. 대청동 늦여름 오후 6시의 햇살은 분노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다 빠져나간 뒤 남은 잔향의 메아리 같은 햇살을 마주보며 걷는다. 긴박하고 중요한 것이 다 빠져나간 햇살 아래에서 이 걸음이 ‘나는 강하지 않다’라는 세계로 들어선 것임을 알게 된다. 강함을 열망하는 마음도, 더 이상 강하지 않음을 아쉬워하는 마음도 없이 ‘나는 강하지 않다’라는 세계의 입구에서 너무 빨리 도착한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뒷걸음치거나 돌아서 나갈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초입에서 숨죽여 동동거리는 뒤쳐진 마음을 쓰다듬으며 다정함의 세계를 희구(喜懼) 한다. 먼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촬영 중이라는 말에 급히 전화를 끊고 안심하게 된다. 통화 중이 아니라 촬영 중이.. 2016.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