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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계절 읽기 모임6

어떤 후기, 어떤 바람 2016. 6. 8 1.이 사람들과 더 좋은 글을 함께 읽고 싶다, 보석 같은 글들을 선물하고 싶다, 읽기를 통해 아낌없이 나누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년 가을, 중앙동의 작은 책방에서 시작한 이 어느새 2기라는 시간을 훌쩍 지나왔습니다. 쉽지 않은 소설 책을, 그것도 단편집을, 별다른 정보도 없이, 각자의 시간 속에서, 읽기가 허락되지 않는 삶의 틈바구니 속에서 애써 읽고 또 읽지 못할 때는 읽어야 한다는 걱정으로, 염려로 읽기를 지속하느라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작은 여정이었지만 따로 또 같이 읽기의 시간을 완주했다는 것에 축하의 인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11주간 동시대의 한국 소설이 각자의 일상과 생활에 어떤 모습으로 내려앉았을지 그 결과 무늬가 궁금합니다. 어느 날, 어느 때, 어느 사람과 함께 .. 2017. 12. 27.
누수를 살아내는 것-최정화, 『지극히 내성적인』 집에 지하실이 있다는 걸 안 건 재작년 이사 올 때였다. 공간만 넓을 뿐 별다른 쓸모를 찾을 수 없어 한동안 잊고 있었다. 작년 겨울 초입에 보일러가 고장 나서 지하실로 내려가보니 바닥에 물이 반뼘정도 차 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지하실에 물이 차올라 구석에 놓여 있던 보일러까지 고장 난 것이다. 그 때문에 한달 정도 냉방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고 지독한 감기보다 더 지독했던 집주인과의 고약한 실랑이 이후로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지하실에 내려와 물을 퍼내곤 했다. 오래된 벽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 뿐 막을 방법은 없었다. 건물 내부에 누수가 있는 것은 분명해보였지만 그걸 찾기 위해 이 오래된 건물의 벽을 뜯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면 누수는 한두 군데가 아닐.. 2016. 5. 6.
<세 계절 읽기 모임> 2기-동시대 한국 소설을 읽으며 걷기(총 5회) _design hiyo 소수의 인원이 모여 조용히 시작했던 이 2기 구성원을 모집합니다. 세계문학을 읽었던 1기에 이어 2기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최근 소설집’을 함께 읽습니다. 이야기를 지도로 삼아 동시대의 면면을 세세히 살피며 소설이 나아간 자리에까지 함께 걸어보고 소설이 멈춘 자리에선 각자가 일구고 있는 현장의 걸음으로 더 걸아가보고자 합니다. * 매회 1시간 가량 김대성 문학평론가의 별강이 있을 예정이며 이어 구성원들의 대화/토론의 시간으로 이루어집니다. 1회 윤이형, (문학동네, 2016)_2016년 4월 5일 (화) pm 7시~ 2회 최정화, (창비, 2016)_2016년 4월 19일 (화) pm 7시~ 3회 정용준, (문학동네, 2015)_2016년 5월 3일 (화) pm 7시~ 4회 김엄지.. 2016. 3. 10.
좌절됨으로써 옮겨가는 이야기 잠수와 읽기 어떤 ‘읽기’의 순간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잠수를 닮아 있다. 읽기란 우선 고요해지는 일이다. 숨 참기, 아래로 내려가 경계와 대면하는 것, 고요. 고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고요 속에서만 겨우 만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만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그걸 알기에 오늘도 고요해질 수 있어야 한다. 고요해지지 못해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었던 문장이 있었다 안타까워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 자책한다. 오늘 내가 놓쳐버린 문장들을 영영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을 품고 잠수 한다. 고요 속으로 내려가 잠깐, 겨우 읽는다. 활자 뭉치로만 보였던 페이지 속에서 하나의 문장과 만난다. 깊은 바닥 아래에서 누군가의 잠수를 오랫동안 기다려왔을.. 2016. 1. 6.
무명의 삶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삶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보인바 없는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을 그리고 있는 ‘평범한 소설’(『스토너』)을 덮으며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커다란 질문을 관통시킬 수 있는 답변을 해낼만한 능력은 없지만 그럼에도 응답해야 한다면 ‘작은 기쁨’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이 소박한 어휘 조각은 곧잘 삶의 미덕으로 간주되지만 나는 다소 긴급하게 부정적인 문맥으로 말하고 싶다. ‘작은 기쁨’은 ‘소박한 삶’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욕망이다. ‘소박하다는 것’은 작은 것을 요구한다는 욕망의 규모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추구하고 있다는 욕망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스스로를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거나 평범과 보통의 세계를 보살피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이들.. 2015. 12. 18.
<세 계절 읽기 모임 3 seasons reading club> 2015.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