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녹산공단 폐수처리 공사장
오전내내 못을 박던 목수들은 밥도 먹지 않고 잠 속으로 빠져든다. 구름에 가린 겨울 햇살이 늘 검은 그들의 얼굴을 감싼다. 빈 속에 흘려넣은 탁한 막걸리와 오래 묵은 김치 안주가 뒤엉켜 쭈그러든 위장 속에서 서로를 발효시킨다. 잠 속에서도 힘이 부치는 숨을 힘겹게 내뱉으며 목수들은 못대가리가 빠져버린 자신들의 꿈을 생각한다. 그들의 잠은 끈적끈적하고 달콤하다. 다시 어딘가에 뾰족한 못을 박아야 한다. 못대가리를 내리쳐야한다. 못대가리가 부러질 때까지. 부러져서 다시는 뽑을 수 없을 때까지. 꿈은 부러지거나 어딘가에 상처를 내며 감추어야 하는 것이다. 나무의 피를 너무 많이 봐 왔다.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