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사와 아키라의 <카게무샤>(1980)의 초반 시퀀스 중의 한 컷. 급히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 수많은 병사들이 널부러져 있는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전령에 의해 널부러져 있던 병사들이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잠들어 있는 세계와 사람들을 깨우는 움직임이 있다. 내게 도착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일으켜 세우는 소식이 있다. 누군가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의도 없이 그 앞을 바삐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욕심 없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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