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바움벡의 <프란시스 하>(Frances Ha, 2012)에서 가난하지만 무모하고, 부지런해야 할 상황에도 게으르며 그럼에도 당당해보이는 그레타 거윅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은 거의 없어보인다. 20세기 말에 접했던 누벨바그 계열의 영화에 매료되었을 땐 나를 매혹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기에 더욱 맹목적이었지만 <프란시스 하>의 거의 모든 장면들은 하나하나 만져지는 것처럼 생생한 감각으로 전해졌기에 영화 전체가 하나의 장면이 되어 '잊을 수 없는 것'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적인 배경을 뒤로 한 채 커다란 개와 함께 산책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그린버그 Greenberg,>(노아바움백, 2010)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그레타 거윅 특유의 괴상한 걸음걸이를 좋아한다. 그이가 만든 첫 번째 영화가 개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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