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곳간 16회1 백년을 걷는 걸음 2015. 3. 16 1. 제발트의 문장이 빽빽한 숲에 들어선 것처럼 걸음을 옮기는 게 쉽지 않다면 그것은 그 숲이 누구가의 기억 속에 들어서는 입구이기 때문이다.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배수아 옮김, 문학동네, 2014)을 읽는다는 것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는 시간 속에 들어가 시간의 더께로 뒤덮여 있는 기억의 숲을 천천히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 걸음은 잠들어 있는 기억을 깨우는 발자국 소리며, 닫힌 동굴의 문을 여는 주문이다. 2. "우리가 아는 것은 단지 K 박사가 베네치아에서 나흘을 머물렀다는 것, 그런 다음 산타루치아 역에서 기차를 타고 베로나를 향해 떠났다는 사실뿐이다."―142쪽. 은 1913년의 카프카 행적을 뒤쫓고 있는 글이다. 제발트는 카프카가 남긴 기록들을 징검돌.. 2015. 3.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