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의종언1 어떤 ‘Kid’의 종언―보수동 헌책방 골목에서의 슬픈 기쁨 대학에 다니던 시절, 내겐 유별난 ‘취미’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책의 서문을 섭렵하는 것이었다. 선배와 선생 없이 오래된 서가를 헤집고 다니며 수많은 책들의 서문을 읽느라 하루를 다 소진하곤 했다. 수줍은 고백으로 채워진 서문은 알 수 없는 문장들로 빼곡한 어려운 책을 친근하게 만들어주었고 비장어린 선언문과 같은 서문을 읽으면 마치 공동 저자라도 되는 냥 함께 달뜨곤 했던 것이다. 책의 서문을 읽으며 마음과 몸이 동뜨는 것은 필시 예비 문사의 허영에 가까운 것이었을 테지만 새로운 세계, 혹은 새로운 말들과의 첫 만남이 주는 설렘과 기쁨만큼은 숨길 수 없는 것! ‘세계의 본문’을 예감하고 직감할 수 있는 교량이기도 했던, 그 시절 읽었던 책의 서문들이야말로 내게 ‘문학적인 것’에 다름 아니었던 셈이다. .. 2011. 9.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