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동1 오후 6시의 햇살 2016. 8. 20 누구의 것도 아닌 화분_2016. 대청동 늦여름 오후 6시의 햇살은 분노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다 빠져나간 뒤 남은 잔향의 메아리 같은 햇살을 마주보며 걷는다. 긴박하고 중요한 것이 다 빠져나간 햇살 아래에서 이 걸음이 ‘나는 강하지 않다’라는 세계로 들어선 것임을 알게 된다. 강함을 열망하는 마음도, 더 이상 강하지 않음을 아쉬워하는 마음도 없이 ‘나는 강하지 않다’라는 세계의 입구에서 너무 빨리 도착한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 뒷걸음치거나 돌아서 나갈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초입에서 숨죽여 동동거리는 뒤쳐진 마음을 쓰다듬으며 다정함의 세계를 희구(喜懼) 한다. 먼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촬영 중이라는 말에 급히 전화를 끊고 안심하게 된다. 통화 중이 아니라 촬영 중이.. 2016. 8.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