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학의 공간1 망설임 없이, 음악 없이(<로제타>, 다르덴 형제, 1999) 카메라는 ‘로제타’의 움직임을, 세세한 동선을, 머뭇거림 없는 몸짓을 좇는다. 직장에서 쫓겨나기 전부터 그녀의 몸은 혹여라도 쫓겨날까 바쁘기만 하다. 몸을 가만히 두는 법이 없다. 거침없는 그 몸짓은 자신의 몸에 대해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음을, 자신의 몸을 한번도 어루만져본 적이 없음을, 몸이란 그저 고통이 시작되는 장소 외엔 그 어떤 의미도 가져보지 않았음을 무심하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단 한번도 로제타를 먼저 기다리고 있지 못하는 카메라는 항상 로제타의 몸보다 늦다(바로 이 점이 다르덴 형제만의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로제타를 ‘무심히’ 담아냄으로써 그녀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카메라의 거친 움직임은 윤리적이기까지 하다) . 그러니 우리가 로제타만이 아는 지름길과 관리인의 눈.. 2012. 12.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