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7
이사온지 1년 2개월이 넘어가는 내가 사는 집의 화장실 수도꼭지는 아무리 힘을 주어 잠궈도 한 두방울의 수돗물이 뚝뚝 떨어진다. 수돗물이 떨어지는 자리에 세숫대야를 받쳐두면 잠들지 못하는 새벽 '똑똑'하고 떨어지는 수돗물 리가 무척이나 크게 들릴 때가 있다.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보면 어느새 아침이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가보면 세숫대야엔 물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가득 모여 있다. 나는 그 물로 세수를 한다. 신기한 것은 외출을 하고 돌아온 저녁 혹은 밤에도 세숫대야엔 물이 넘치지 않을 만큼 모여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물로 다시 세안을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은 기이한 균형과 신비로운 반복으로 쌓여 간다. 어쩌면 내가 세숫대야에 물이 넘치기 전에 화장실문을 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숫대야에 떨어지는 물처럼 나도 그렇게 이 집의 일부분이 되어간다. 열어두었던 창문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래서 창문을 닫았다. 그리곤 다시 일어나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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