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29
20년도 넘은 과거에 나는 이런 꿈을 꾸었다. 마녀에게 쫓기고 있었기에 나는 달렸다. 계단을 2,30개를 쉽게 뛰어다니며 거의 날아다니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쫓긴다는 것이 비상의 쾌락과 겹쳐 있었다. 쫓기는 덕에 (거의) 날아다닐 수 있었다. 나를 쫓아온 마녀는 내 어머니였고 그녀는 기어이 동네 구멍가게까지 나를 쫓아왔다. 그리곤 구석에 앉아 식은 밥을 급하게 먹었다. 몸빼 바지를 입은 채였다.
1986년, 우리 가족은 연산7동의 생활을 끝내고 수정동 성북고개로 이사를 왔다. 그때 내 아버지는 이라크에 있었고, 내 어머니는 늘 몸빼 바지를 입고 눈만 뜨면 돈을 벌러 다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네모난 각에 든 껌이 새롭게 출시되었고 나는 집 아래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그 껌을 훔치다가 주인에게 들켰다. 체육복 바지에 그 껌상자를 넣고 허리를 숙여 왼팔로 그 껌을 숨겼다(나는 그 자세를 정확하게 재연할 수 있다). 주인 아주머니도, 내 어머니도 내가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고도 때리지 않았다. 그 시절엔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당연하게, 무참하게 맞았다! 그 옛날의 꿈은 아마도 들켜버린 도둑질, 그러나 매를 맞지 않은 비행을 출처로 하는 것일 게다.
김애란의 <물속의 골리앗>을 읽으며 더 이상 달리지 못하는 내 어머니를 생각한다. 더 이상 '마녀'로 변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슬픈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녀가 없으니 나는 더 이상 날 수 없다. 꿈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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