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1
오소영 작가의 개인전 <달과 불과 밤과 나>(2023. 1. 20~30)을 보기 위해 '18-1 gallery'에 들렀다. 1,2층을 여러번 오르내리며 작품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선 채로 서성였다. 작품 앞에 서 있는 동안 적막하고 쓸쓸했지만 사위어간다는 것이 꼭 사라지는 게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판에 서서 사위어가는 것을 지켜보(내)는 동안 사그라지는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 타오르는 것, 타들어가는 것, 꺼져가는 것이 하나의 몸으로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피어오르는 몸은 흐트러짐이 없다.
작품 앞에 오래도록 서 있어야 했던 이유를 알 거 같다. 오래도록 들판을 보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멀찌감치 떨어진 저 들판과의 거리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지켜(보)낸 시간의 기록이다. 그러니 어둡거나 밝거나 타오르거나 꺼지는 건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는 게 중요하다. 떠나지 않고 머물렀던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선 우선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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