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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

작은 배움 / 한 숨 두 숨

by 작은 숲 2024. 6. 5.

2024. 5. 18

 

 

작은 배움

꾸역꾸역 하는 습관이 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고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쉬지 않고 오르막길을 모르면서 알게 되었다. 중간에 쉬는 사람들, 누워 있는 사람들,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난 천천히라도 올라가야지, 난 빨리는 못 가더라도 쉬지 않고 가야지, 멈추지 않고 가야지라고 여겼지만, 한참을 올라가고 나니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고통에 붙들린다. 허벅지에 커다란 돌멩이가 두 개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몸은 이 정도 오르막길은 견뎌내지 못하구나. 그럴 때는 가만히 서서 혹은 한쪽에 비켜서 앉아서 쉬었다가 가야겠구나.


오늘 나는 내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몸을 힘들게 했지만 오늘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음 번엔 더 잘 쉬어야겠다. ‘꾸역꾸역’이라고 하는 것이 끈질기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좋은 태도일 수도 있지만, 언제나 그것이 끝끝내 버티고 있어야할 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것을 오늘 잠시 배운다.

 

 

한 숨 두 숨 


31km쯤 되려나 32km쯤 되려나. 내리막길 내려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잠시 앉았다. CP가 곧 코앞이라고 하는데 그때까지 꾹 참고 걸어야지 마음먹었다가 ‘아, 참 이러지 않기로 했지’라는 걸 생각하며 도중에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잠깐 쉬었다. 


쉬다가 일어나서 다시 걸어보니 한결 낫다. CP에서 먹을 것을 보충 했기 때문에 힘이 났던 것만은 아니었구나. 먹는 동안 서서든 앉아서든 잠시 쉬었기 때문에 다시 걸을 힘이 생긴 거였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 조금만 더 가서 쉬어야지, 저기까지만 가서 쉬어야지'라며 쉬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거기엔 나도 들어가 있지만 내 곁에, 혹은 나와 조금 먼 곳에 있는 여러 벗들, 언제나 소식이 궁금한 그 벗들도 쉬지 않고 ‘조금만 더, 이것만 끝내놓고, 저기까지만’이라고 하며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있겠지. 그 자리에 철퍼덕 앉아서 1분이든 2분이든 한 숨이든 두 숨이든 쉬었다가 일어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이 솟는다는 걸 알려줘야겠다.

몸이 너무 힘들어 경치가 눈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건 대단한 걸'이라 여기며 겨우 찍은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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