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1
늘 가까이 있고 싶으니까
네 발곁에
발바닥보단 발등에
바닥을 딛은 뒤
걸음이 나타날 때
발끝이 무심히 감춰둔 자리를 찾아
입 맞추고 싶으니까
눈에 띄지 않는
가장 너른 자리
늘 널 눈여겨보아왔다고
아무렇지 않게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절을 하지
고개를 떨구고 더 아래를 바라보면
세상엔 너 밖에 없어
내겐 입술 밖에
이번주 <살림글쓰기> 모임 글을 읽다가 마음 한켠에 맺힌 그림 한 자락이 떠올라 한달음에 써보았다. 잘 썼는지 못 썼는지보다 마음을 담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 시엔 내 마음이 담겼다. 줄글로 썼다면 날아가버리거나 깎여 나갔을지도 모른다. 순간을 잡아채는 시라는 너른 터를 더 누비며 마음껏 마음을 담아보고 싶다. 닮고 싶은 것도, 닿고 싶은 것도 담아야지.
최종규 선생님과 함께 여는 자리에서 늘 10줄짜리 시를 쓰는데, 그때그때 떠오르는 느낌에 기대어 5분 동안 써보는 일이 꽤나 즐겁다. 미루거나 망설이지 않고 한달음에 써보기. 낯설지만 누구나, 언제라도 내딛을 수 있는 그 걸음 덕에 내 작은 마음을 하찮게 여기거나 흉보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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