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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

일요일 아침

by '작은숲' 2011. 7. 24.



자다깨어 범죄의 전말을 실토해야하는 취조실의 용의자처럼, 그럼에도 결코 '전말'을 진술할 수 없는, 그러나 '전말'을 구축할 수 없는 바로 그 사실이 그가 범인임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취조실의 구조' 속에서 떠올린 몇 마디의 생각, 골절된 생각, 떨어지지 않고 너덜거리는 생각, 아직 아무 것도 아닌, 그러나 거의 전부인 바로 그 생각,

a.
'삶의 반경'이란 선택지의 다양함이나 물리적인 공간의 확장 유무를 가리키는 것이라기보다 '지속력'을 통한 '자기 확신'(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기 확신은 자기 확장과 이어진다)의 정도를 의미한다. 문제는 얼마나 더 집중할 수 있느냐이고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를 투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늘 만나는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느냐이고, 얼마나 더 애를 쓰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느냐이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 법인데, 그럼에도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판단은 부족한 것일 수밖에 없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다는 판단의 알짬은 바로 '관계'가 바뀌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b.
썼다가 지워버리는 많은 문장들과 구절들을 다시 썼다가 지우며 드는 생각하나 :

1. 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들 중 하나는 앞 이빨 6개가 다 부러지는 것

2. 문신을 하는 것

위의 문장과 2을 엮어봐야할 텐데, 아니 외려 1번과 2번의 구조를 파악하는 게 옳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영구치를 잃어버리는 것과 몸에 문장을 새겨넣는 것의 친연성. 성긴 말과 문장이 얼마나 많은 영구치들을 부러뜨렸던가, 성긴 말과 문장이 얼마나 많은 문신을 강제로 새겼던가. 두려움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무너뜨렸던가.



 


교토 간이역에서 찍은 적군파 현상수배전단(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