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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35

범일동(2) 범일동, 더 정확하게 안창마을 입구(2008) 보이는 곳은 좌측부터 좌천동, 수정동, 범일동 2011. 5. 6.
범일동(1) 범일동, 더 정확하게 안창마을 입구(2008) 건물 사이로 보이는 곳은 좌천동 2011. 5. 6.
꽃으로 겨누다 2004 섬진강 어귀에서 2011. 4. 25.
2002. 녹산공단 폐수처리 공사장 오전내내 못을 박던 목수들은 밥도 먹지 않고 잠 속으로 빠져든다. 구름에 가린 겨울 햇살이 늘 검은 그들의 얼굴을 감싼다. 빈 속에 흘려넣은 탁한 막걸리와 오래 묵은 김치 안주가 뒤엉켜 쭈그러든 위장 속에서 서로를 발효시킨다. 잠 속에서도 힘이 부치는 숨을 힘겹게 내뱉으며 목수들은 못대가리가 빠져버린 자신들의 꿈을 생각한다. 그들의 잠은 끈적끈적하고 달콤하다. 다시 어딘가에 뾰족한 못을 박아야 한다. 못대가리를 내리쳐야한다. 못대가리가 부러질 때까지. 부러져서 다시는 뽑을 수 없을 때까지. 꿈은 부러지거나 어딘가에 상처를 내며 감추어야 하는 것이다. 나무의 피를 너무 많이 봐 왔다.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 2011. 4. 25.
뭉개진, 뭉개지는 얼굴 처음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매력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탐욕적이고 가벼운 것이어서, 나는 한사코 그 말을 쓰는 것(기록)을 피하기만 했었는데, 그러나 어쩌나, 그동안 나는 무수히 많은 '처음'을 말해왔구나. 그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뱉는 '처음'이 아니라 목적에 결박당한 처음을 나는 얼마나 많이 말해왔던가. 그 꽃잎 같은 처음은 내 입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더렵혀져 왔던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것인가. 목적을 잊은 '처음'이 내게로 오는 것을 어떻게 방해하지 않고 무심히 맞이할 것인가. 불안한 봄밤, 엉덩이를 들썩이며 레오 까락스, 1991 中 드니 라방의 얼굴을 보라. 훼손되어 있는 얼굴, 그럼에도 단독성을 획득하고 있는 그 얼굴을, (소위 얼굴로 먹고.. 2010.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