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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시민의 얼굴(1)

by 종업원 2016. 2. 26.

 

 

 

<칠수와 만수>(박광수, 1988) 마지막 cut. 투산해야 할 이유가 없는 만수(안성기)는 옥탑 위에서 몸을 던지고, 아무리 외쳐도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던 자리로 내려온 칠수(박중훈)가 황급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황망하게 돌아보는 장면. 기자들이 터트리는 플레쉬 덕에 우리는 칠수의 '얼굴'과의 대면을 피할 수 없다. 황망하게 '돌아보는 저 얼굴'을 더 정확하게 봐야만 한다. 약간의 과장을 허락한다면 칠수의 저 '돌아봄의 얼굴'은 87년 혁명 이후 도시 빈민의 얼굴이자, '정면'으로는 결코 확인하기 어려운 역사의 황망한 되돌아봄이기도 하다. 혁명이 있었다고 하지만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나빠진 세상에서 절망 속에서 투신하게 된 동료를 근심하고 있지만 저 얼굴엔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자신의 앞날에 대한 근심 또한 겹쳐 있다. 근심과 황망함의 표정 속에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는 거부와 분노의 작은 불씨 또한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다. 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진입하기 전의 어떤 얼굴. 한동안(1988~1990) 배우 박중훈의 얼굴에 내려앉아 있었던 시민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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