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는 글쓰기48 책⏤살림⏤쓰기 곳간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10년 넘게 이어온 모임인 에서 읽는 책을 바탕으로 글쓰기 자리를 엽니다. 책을 읽고 쓰는 글이니 서평이라 불러도 좋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저마다가 읽고 느끼는 게 다른 까닭은 느끼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눈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글로 쓰고 싶은 내용과 형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돌(아)보고 (보)살피는 눈길과 손길이 다르다는 건 저마다가 꾸리는 살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책을 읽고 쓰는 글을 ’서평 쓰기’라고만 할 수 없겠다 싶어 ‘책-살림-쓰기’라는 새이름을 붙여봅니다. 책을 읽고 쓰는 글이 쌓인다면 또 다른 책을 쓰는 걸음으로 이어지겠죠. 함께 읽고 쓸 책 다발1회 4월 18일 저녁 7시_이성민, 『말 놓을 용기』(민음사, 2023) 2회 5월.. 2025. 3. 21. 살림에 깃드는 작은 날개짓 2025. 1. 19 연산동 '카프카의 밤'에서 잇는 아홉번째 걸음을 함께 했다. 도무지 시간을 낼 수가 없겠다 싶었지만 오고 가는 3시간 동안 손보는 책 원고를 들여다보면 되겠구나 싶어 나섰다. 운전을 해서 가면 조금 더 일찍 닿을 수 있다해도 가만 생각해보면 내내 차에 메인다는 뜻이니 두손 두발이 차에 묶여 있는 셈이다. 그래서 40분 일찍 나서기로 한다. 가끔씩 작은 생각이 깃들며 저절로 트이는 살림 자리를 만날 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에 가는 길이어서일 테지. 새벽부터 모임 자리를 펴려 고흥을 나선 이와 밤늦도록 불밝히는 책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나누는 자리로 가는 걸음이니 살림이 깃들 수밖에.⟪이오덕 일기⟫를 곁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 아홉 걸음. 다시는 오지 .. 2025. 1. 19. 작은숲―『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최종규, 스토리닷, 2017) 곁에 손수 지은 이름을 펼쳐보다 2024. 9. 24 낯선 자리에서 낯선 이름을 만납니다. 그 가운데 빠지지 않고 스스로 이름을 지어 쓰는 이들이 있곤 했는데, 늘 그이가 부러웠습니다. 대단한 뜻을 담은 건 아니더라도 새이름을 가진다는 건 설레는 일이고, 무엇보다 내 이름을 스스로 지어 쓴다는 게 멋져보였습니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이름도 나쁘지 않지만 내가 바라는 바와 다르게 주어진 이름이 아니라 내가 바라고자 하는 뜻을 담은 이름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이들이니까요. 스스로 이름을 지어 쓰는 이들이 내어놓는 말과 글이 뚜렷했다는 건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짐작 할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몇 번이나 스스로 이름을 지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더군요. (주어진) 이름이라는 굴레를 벗어나는 게 이렇게도 어렵구나 싶었어요. 이 뿐만은 아.. 2024. 10. 8. 달리며 펼치는 살림―<진주 쓰깅> 자리를 열며 돌아본 달리기 살림 2024. 10. 4군대에 끌려가서 축구나 족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하면 믿어줄 사람이 있을까? 언제부터 달렸나를 떠올려보다가 어지간히도 ‘운동’을 하지 않은 내가 어쩌다 달리고 쓰는 모임을 열게 되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강원도 철원 산골짜기에서 해가 질 때부터 해가 뜰 때까지 철책선 앞에서 보초 근무를 서야 했기에, 집합 명령이 있었음에도 누가 족구장에 나오지 않았는지 자세히 살필 겨를이 없어 나는 보일러실에 숨어 시집을 읽으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다. 소대 단위로 떨어져 지낸 부대 특성 때문에 축구를 할 일도 없었다. GOP 근무를 철수하고 바깥 부대로 돌아가서는 계급이 조금 높아져서 축구나 족구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만큼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낸 내가 숨 가쁘게 몸을 움직이게 .. 2024. 10. 5. 가위바위보―살림글쓰기를 열고 닫으며 2024. 8. 29 곰곰 생각해보면 ‘모임’이야말로 잘 가꾸고, 잘 꾸리고 싶은 살림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그럴듯한 성과를 내기 위한 워크숍이나 프로젝트, 널리 알려진 이를 좇고 기대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강연은 모임과 그야말로 다른 결을 가집니다. ‘모임’은 특별히 이끄는 힘도, 대단한 무엇도 없는 작고 느슨한 이름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러 힘으로 가득합니다. 모임은 ‘모으다’에서 왔겠지요. ‘여러 사람을 한 곳에 오게 하거나 한 단체에 들게 하다’는 뜻 안에 ‘한데 합치다’, ‘쌓아 두다’, ‘한곳에 집중하다’라는 갈래와 이어집니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어떤 일을 하려고 자리를 열어 사람을 모은다는 뜻도 있지만 ‘무언가에 이끌려 한 자리로 찾아오다’라는 갈래로도 풀 수 있습니다. ‘모임’을.. 2024. 8. 30. 사소한 결별_2018년 여름 2018. 9. 25 내가 알던 한 사람의 뼈가 부러졌을 때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욕을 해주고 싶었다 그에게 매일 들여다보고 있던 식물의 줄기가 꺾였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싶었다 몇년만에 만난 사람은 똑바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파서 멀리서 보자마자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꿈속에서 그들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커다란 수박을 쪼개어 플라스틱통에 나누어 담았다 안녕 내년에 다시 만나자 올해 마지막 수박에게 인사를 하며 조각낸 수박을 고기처럼 먹었다 조각난 조각들이 다른 곳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해 간절함 없이 기도했지만 절벽 같은 슬픔으로 벼락 같은 말로 돌아오리란 것도 예감할 수 있었다 평범한 것을 유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사소하게 떨어져나온 조.. 2023. 9. 26. 길 잃기와 살림 잇기 2023. 5. 15 사람들을 피해 송도 해변가 주변을 바장이며 종일 걷(고 헤매)다가 돌아와, 밥을 지어먹은 후에 짧은 글을 쓰곤 했다. 세상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했던 걸음 뒤에 남은 찌끼 같은 글이었다. 무언가를 쓰기 위한 하루가 아닌 쓰지 않기 위한 하루라 여기며 지냈던 나날이었다. 그곳이 어디일지 뚜렷하게 알지 못했지만 ‘여기가 아닌’ 바깥으로 나가보려 무던히도 애썼던 쓸모 없는 걸음이 쌓여 갔다. 낯선 거리를 하염없이 걷다보면 막다른 골목이어서 한참을 돌아나와야 했고 산책로를 걷다가도 어느새 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어느새 숨가쁘게 산속을 헤매곤 했다. 길을 잃었을 땐 덩그러니 버려진 채 물위를 둥둥 떠다니는 초연한 느낌과 서식지에서 벗어난 들짐승처럼 다급한 호흡이 뒤섞여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2023. 8. 6. 긁어내고, 벗겨내고, 지우는 글쓰기 ‘하얀 바탕’이 지운 것들 글쓰기는 없던 무언가를 새롭게 더하는 일이 아니라 있던 것을 발견하거나 무언가를 빼고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 생활 속에 소리 없이 쌓인 더께를 벗겨내는 것만으로도 ‘몰랐던 얼굴’을 만나게 되는 청소처럼 말이다. 하얀 바탕 화면 위에 검은색 글자를 ‘채워’나가는 작업을 글쓰기라 불러왔지만 외려 ‘하얀 바탕’을 ‘긁어’내고 ‘벗겨’내는 일에 더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앞에 놓인 ‘하얀 바탕’은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하는 ‘백지’라기보단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안 원치 않는 역할을 떠맡거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동안 쌓인 더께에 가깝다. 윗사람 앞에 설 때, 학교에 갈 때, 친구를 만날 때, 오늘도 누군가가 되어야 할 때마다 우리는ᅠ자신을 지우고 ‘하얀 바탕’이 된.. 2023. 7. 22. 생활파(派)의 모험 2020. 8. 14 습관과 버릇에 대한 생활글을 써보자는 제안은 각자의 생활에 대한 ‘점검’과 ‘반성’을 위한 것이라기보단 생활 속에서 홀로 ‘탐구/탐험’(조형) 하고 있는 ‘장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슬픔과 고통에 대한 토로조차 타임라인의 흐름 속에 휘말려 들어가 그저 하나의 게시물로 업로드 되고 업데이트되는 형편이지만, 만약 당신이 ‘생활파(派)’라면 끝없이 업로드되는 먹거리들의 아귀다툼 바깥에서 애써 조형하고 있는 원칙에 대해 할 말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가령, 오늘 (남들처럼) 먹은 것들을 전리품처럼 전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오늘도 끝내 먹지 않은 것들의 목록 같은 것 또한 있겠지요. 누구도 관심가지지 않은 것들, 업로드할 수 없고 업데이트가 불가능.. 2023. 1. 18. 불쑥 건너는 밭은 잠에서 깨면 몸보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인다.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는 손가락은 무언가를 잡기보단 오늘도 무심하게 환한 이 세상이 무사한지 더듬어볼 뿐이다. 극적인 것이나 드라마틱한 기대 없이. 벽에 귀를 가져다대면 벽 너머의 희미한 소리가 금지된 무언가가 번지듯 천천히 선명해지는 것처럼, 멀리서 오고 있는 열차의 기척을 희미하게 느끼기라도 하듯 지난밤과 잠과 꿈과 몸의 기척을 더듬어본다. 서로가 너무 가깝거나 아득해서 온통 뿌옇고 희미할 뿐이다. 물 한 잔이 필요하다. 작은 파도가 일렁일 때 잠시 나타나는 물보라처럼 차갑지 않은 물 한 잔이면 몸에도 작은 물보라가인다. 소꼽놀이용 청진기를 가져다대보는 꼴이겠지만 미동 없는 몸을 무심하게 살피며 전자시계의 숫자가 바뀌는 것처럼 변함없이 무사.. 2022. 3. 20.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