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는 볼 수 없음424 커다란 웃음소리 아래에서 ❝ 어머니 오늘 하루도 잘 시작하셨지요? 저는 요즘에 성북고개에 살 때 호탕하게 웃었던 어머니 웃음소리를 자주 떠올린답니다. 골목 아래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던 그 웃음소리 말이에요.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돈 벌어 살뜰하게 살림을 꾸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웃음소리 속에서 내가 자랐구나 싶은 겁니다. 절 살갑게 어루만져주진 않았지만 매일매일 커다란 웃음소리로 저를 보살펴 주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겠어요. 오랫동안 제 곁에서 마음껏 웃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도 그 웃음소리를 떠올리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엽니다. 늘 신나고 힘차게 웃어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저도 그렇게 웃을 수 있답니다. 어머니 오늘도 하하하 웃으시는 날 보내세요.❞ 내 몸과 마음에 새겨진 기억을 매만지는 날이 잦다. 내 몸과 .. 2026. 1. 18. 참기, 울기, 안기 2026. 1. 4/152026년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 가만히 헤아려보았다. 올해는 그만두었던 대학 강의를 다시 시작하고, 출판사 일을 더 즐겁게 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더 많은 걸 느끼며 그 안에서 배우고 싶다. 나를 잘 챙기기 위해선 잘 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2025년을 돌아보며 생각해본다면 아무래도 '참기'를 맨 앞자리에 놓아두어야 할 거 같다. 무언가를 마칠 때까지 억지로 버티거나 안간힘을 쓰며 견디는 일이 아닌 충분히 차오를 때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는 참기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게 가장 부족한 면이 참기가 아닐까 싶다. 찬찬히 헤아리지 못한다는 뜻일 테고 참답지 못하다는 뜻이겠지. 버티거나 견딘다 여기지 않고 천천히 채운다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나를 돌보고 싶다. 그 .. 2026. 1. 15. 다리를 주무르며 2025. 11. 13 / 12. 19본가에서 저녁을 먹으려면 적어도 낮 2-3시쯤엔 전화를 해야 한다. 사위와 달리 아들에겐 대충 차려줘도 되지만 고기를 먹지 않는 아들이니 생선이라도 구워야 하기 때문이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저녁일 수 있지만 그래도 뭔가를 내어놓으려면 냉장고에 넣어둔 우울증 약 하나를 털어넣는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오늘 저녁에 들린다고 하는 전화를 드리니 예상대로 고스톱 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럴 땐 거두절미하고 용건만 짧게 말해야 한다. 예의를 차리느라 안부 인사가 길어지면 초조한 마음을 내비치시기 때문이다. 다행이다. 오늘도 바깥으로 나가셔서 신나게 고스톱을 치고 계셔서. 고등어구이에 어묵된장국을 맛있게 먹고 일찌감치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 계시는 어머니 발밑에 앉았.. 2025. 12. 19. 눈썹 만지기 2025. 10. 29내가 사는 집이 커다란 쓰레기장처럼 여겨진다. 펼쳐보지 않은 책 위엔 먼지가 소복이 쌓이고 얼룩이 번진다. 이 집에 너무 많은 것을 쌓아두었다! 책을 시작으로 옷가지, 잡동사니를 비롯해 아끼던 것이 빛이 바라다가 버리지 못한 게 되어버리고, 이제는 도무지 어떻게 치워야 할지 짐작이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집에 산지 횟수로 10년이 되었기에 ‘그래, 10년 동안 쌓인 거니까’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도 보지만 그것만으론 이 지경이 된 집을 설명하지 못한다. 코로나 19로 대학 강의실이 폐쇄되어 온라인으로 강의를 해야 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화면에 비친 이 집이 그리 기괴하진 않았다. 2020년 4월 즈음에 500원 짜리 동전만한 구멍이 머리 뒤쪽에 나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하루아침에.. 2025. 11. 3. 그래. 네! 2025. 9. 5~6지하철 계단을 오르며-아버지! 그렇게 팔을 뻗어서 난간을 잡으면 위험해요.-뭐가, 왜 위험하냐.-늘 이렇게 난간을 잡고 오르셨어요?-...-팔을 뻗어서 난간을 잡고 당기면서 계단을 오르면,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잖아요. 혹여라도 난간을 못 잡거나 미끄러지면 뒤로 넘어집니다. 팔에 힘이 없어서 난간을 놓칠 수도 있구요. 그럼 크게 다쳐요. -...-이렇게 해보세요.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여서 난간을 지팡이를 짚듯이 잡으셔야 해요. 그럼 미끄러지거나 팔 힘이 없어서 난간을 놓친다고 해도 크게 다치진 않습니다. -그렇네?-그리고 이렇게 계단을 오르셔야지 몸의 힘을 고르게 쓸 수 있어요. 팔을 뻗어서 난간을 잡아 당기면서 오르면 팔힘만 쓰게 되잖아요.-...-굽은 왼쪽도 자주 쓰도록 하세요.. 2025. 10. 20. 이름 없는 산에 1m 더하기 안녕하세요. 김대성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가 라고 하는 이제 꽤 오래된 예술 창작촌을 새롭게 시작하는 오픈 전시에 ‘부산소설가협회’가 단체로 참여해서 여는 자리라고 하는 점도 기억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잇지는 못하겠지만, 오늘 짧은 시간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오랜만에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허택 선생님 새 소설집을 두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여서요, 그리고 제 이름은 종종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제 꼴을 거의 못 보신 선생님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오늘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안에서 어떤 눈길로 이야기를 나눌 건가에 대한 이야기 한 자락을 내어놓고 허택 선생님의 말씀을 이어서 청하면 좋겠습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도 다들 그러시겠지만 저 또한.. 2025. 10. 9. 벼랑 끝에 선 채 2025. 8. 27선배로부터 중고차를 넘겨 받은지 3년이 다 되어 간다. 매형 홀로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오가는 게 답답했던 누나가 (아마도 참다참다 못해) 내게 중고차라도 사라고 나무라듯 하소연을 했기에 운전 같은 건 평생 하지 않을 거라 먹었던 마음을 단숨에 밀쳐냈다. 그 이후로 운전하는 나날이 쌓이는 동안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 작업실 근처에 주차할 곳을 찾아다니다가 2주쯤 되었던 어느 날 마침내 이 동네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직 걷기만이 이해에 가닿을 수 있다는 믿음에 다른 생각의 물꼬를 터주었다. 이곳 저곳을 달리는 동안 어딘가에 이르거나 다가가다가 이해에 가닿을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 또한 이와 이어져 있겠다 싶다. 몸 둘 바 없는 대학 강사에게 대학이라는 공간에.. 2025. 9. 10. 초량 산책 2025. 8. 15부모님을 떠올릴 때마다 홀로 눈물 짓는 날이 잦다.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시던 모습도 많이 떠오르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몸이 아파 오래 고생하시기에 두 분이 아픈 몸을 내려놓으실 날을 생각하면 금새 슬픔으로 가득 찬다.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두 분이 맞이할 '끝'을 준비하고 싶다. 도시락을 챙기지 않는 날, 어머니께 전화를 해 저녁을 먹으러 가도 되는지 여쭤본다.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부모님댁에 들러 맛난 저녁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에 다시 작업실로 돌아오는데, 해가 떨어져도 여전히 날이 무덥지만 이 길을 따라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밝으면 책을 읽으며 걸었겠지만 해가 없으니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저번엔 고관입구에서 초량 골목을 따라 걷다.. 2025. 8. 18. 장림 산책 2025. 8. 13이제 막 이사 온 사람처럼 장림 시장 둘레를 걸었다. 늦은 밤에 달리며 지나쳤던 길을 거슬러 걸은 셈인데, 여행지에서 걷는 낯선 거리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때때로 꿈속을 거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렸을 적 내가 살았던 동네가 떠올랐다. 86년에 이사와서 2009년 독립할 때까지 살았던 성북고개는 가파른 오르막과 계단이 많아 산책이란 걸 느낄 겨를이 없었는데, 그 전에 살았던 연산동에선 길과 집이 이어진 풍경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땐 내 부모님이 지금 나보다 젊었을 때다. 이렇게 볕이 뜨거운 날에도 땀을 줄줄 흘리며 일 하셨겠지. 젊은 시절 부모님의 몸에서 빗방울처럼 떨어지던 땀방울을 떠올리며 장림 여기저기를 거슬러 걸었다. 드문드문 사람들을 지나쳤는데, 마주오는 이들 모두가 놀라.. 2025. 8. 14. 알렝 기로디, <미세리코르디아 Misericordia>(2025) 오랜만에 극장에서 본 영화. 상영 후 이어진 이지훈 선생님 강연이 더 깊이 남지만 소문으로만 듣던 알렝 기로디를 만난 날로 기억될 듯하다. 영화는 (자기) 집에 있지 않고 눈뜨자마자 다른 이들의 집엘 방문하거나 해가 질 때까지 산책하는 떠돌이 '제레미'를 따라다니지만 길목마다 마주치는 필리페 신부님 또한 이 영화를 이끄는 중심 인물이다. 쉼없이 경계선을 타고 다니는 제레미의 걸음뿐만 아니라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작은 마을 곳곳을 바장이며 살뜰히 보살피는 필리페의 걸음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하나 더, 졸림과 지루함 없이 성사되는 만남은 없다. 책도, 영화도, 사람도 지루할 틈이 없는 마주함에만 이끌릴 게 아니라 지겹고 더딘 마주함을 견디며 자란, 혹은 먹이고 키운 관계를 가꾸어나가는 일이야말.. 2025. 7. 20. 이전 1 2 3 4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