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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2025. 3. 12늘 같은 곳을 달려도 달리는 몸과 마음이 다르고, 부는 바람결과 풍기는 냄새가 다르고, 별빛과 밤구름도 같은 적 없으니 오늘도 다른 길이다. 가볍게 입고 바깥에 나설 때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 순간은 언제나 좋다. 발을 내딛을 때 넉넉하게 받아주는 땅과 가볍게 튕기며 저절로 나아가는 발바닥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맞춰서 손뼉을 치는 듯해 발구르기도 신이 난다. 두어달 멈췄던 세미나를 다시 연 날, 발제는 끝냈고 봄밤에 부는 바람은 선선하고 냉장고엔 어제 만들어둔 음식도 남았으니 반병쯤 남은 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 세미나를 마치고 한결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달리러 나섰다. 오늘밤 나는 누가 뭐래도 넉넉한 사람이다.다대포 바닷가를 곁에 두고 달리다가 문득 눈을 감고 달려보고 싶었다... 2025. 3. 22.
책⏤살림⏤쓰기 곳간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10년 넘게 이어온 모임인 에서 읽는 책을 바탕으로 글쓰기 자리를 엽니다. 책을 읽고 쓰는 글이니 서평이라 불러도 좋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저마다가 읽고 느끼는 게 다른 까닭은 느끼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눈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글로 쓰고 싶은 내용과 형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돌(아)보고 (보)살피는 눈길과 손길이 다르다는 건 저마다가 꾸리는 살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책을 읽고 쓰는 글을 ’서평 쓰기’라고만 할 수 없겠다 싶어 ‘책-살림-쓰기’라는 새이름을 붙여봅니다. 책을 읽고 쓰는 글이 쌓인다면 또 다른 책을 쓰는 걸음으로 이어지겠죠. 함께 읽고 쓸 책 다발1회 4월 18일 저녁 7시_이성민, 『말 놓을 용기』(민음사, 2023) 2회 5월.. 2025. 3. 21.
부르는 춤 2025. 3. 1늦은 첫끼 탓인지 저녁 무렵 까무룩 잠이 들었다. 꿈을 꾸는 날이 거의 없어 깊게 잠드는 편이라 믿고 있지만 5시간 정도면 잠에서 깨어나니 늘 잠이 부족하다. 그래서 잠이 오면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라도 모자란 잠을 채워야겠다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흐릿하게 빗소리가 들려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10시를 지나고 있기에 두어 시간 잔 셈인데, 옆동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안개를 바라보다가 알아차렸다. 봄이다. 문밖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듯해 이끌리듯 홀린 듯 달릴 채비를 갖춘다. 안개로 가득한 다대포 바닷가를 달린다. 습도가 높고 날이 많이 따뜻해진 탓인지, 어쩌면 저녁을 거른 탓인지 다른 날과는 다르게 땀이 찬다. 이럴 때일수록 더 천천히 달려야겠다 싶어 발걸.. 2025. 3. 10.
김비 몸 이야기, ⟪혼란 기쁨⟫ 연속 북토크_부산 김비 작가님과 함께 ≪혼란 기쁨≫ 북토크를 시작합니다. 3-4월은 부산에서부터 여러 책방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눌 참이에요.≪혼란 기쁨≫ 출간 뒤에 인터뷰가 세 번 있었는데, 김비 작가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혼란 기쁨≫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읽을 수 있게 이끌어준다는 걸 느끼셨을 겁니다. 몸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것, 혼란이라는 감정 안에서 움트는 기쁨의 순간, 늙음과 돌봄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혼란 기쁨≫을 곁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저마다의 삶 이야기도 이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토크 때마다 미발표 원고를 한 편씩 나눠드릴 참입니다. 김비 작가님과 미발표 원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훗날 ≪혼란 기쁨≫ 개정판을 낸다면 어디쯤에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 들려주세요. * .. 2025. 3. 8.
온몸으로 온맘으로 2024. 4.17여기서 저기까지 달려서 다다르기. 늘 장림 주변만을, 매번 큰맘 먹고 달리다가 언제 어디서라도 달릴 수 있을 때 달려야겠다 싶어 여기저길 달려보니 상쾌하고 좋았다. 러닝화를 신지 않고도, 코트를 입고도 몇 킬로를 달려서 오고 가는 맛이 있었다. 그렇게 작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처럼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여했다. 세희가 북돋지 않았다면 또 미루어졌을 수도 있지만 3월 내내 밀린 원고를 쓰다가 겨우 마감하고 나들이 나서는 마음으로 기쁘게 달렸다.시작부터 끝까지 세희랑 이야기나누며 걷고 뛰고 오르고 내려가고 쉬고 마시고 웃고 떠들었다. 다시 떠올려보니 거의 울고 싶어질 정도로 온몸, 온맘으로 누렸구나 싶다. 2019년즈음에 ‘문학의 곳간’ 친구들이랑 대마도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2025. 3. 6.
이 몸, 이토록 아프고 기쁜 2025. 2. 25김비 작가님을 만나러 차를 몰고 양산으로 간다. 이런 길을 거쳐서 부산으로 오겠구나를 가늠하며 꽤나 ‘늦은’ 양산행을 들여다본다. 양산 모퉁이 두세 곳을 옮겨다니며 새로 펴낸 책 이야기를 나눴다. 짧지만 긴 이야기. 아쉽고 서운했던 마음을 털어내고 즐겁고 기쁘게 어울릴 수 있는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해가 지는 늦은 오후 부산으로 돌아오며 김비 작가님이 이 길을 지나 부산으로 오는구나를 헤아린다. 지난해 끝자락부터 올해 들머리까지 책 두 권을 펴내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특히 눈이 침침해져서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고, 어깨걸림도 하루종일 이어진다. 2월 중순 일본 교토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발표를 하기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는데, 걷는 동안 새끼 발가락 끝이 내.. 2025. 3. 2.
2025년 상반기 문학의 곳간│이제 다른 춤을 추자 작은이들이 모여 작은 자리를 내어놓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잇는, 작은 모임 .2025년 상반기 을 펼칩니다.봄부터 여름까지 다섯 갈래로 나뉜 오솔길을 걸으며 는 이야기를 잇습니다.🪽❝평어는 '이름 호칭+반말'로 이루어진 새로운 한국말이다.❞│이성민, 『말 놓을 용기』❝나는 1970년대에 개인 저널리즘이라는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비비언 고닉, 『상황과 이야기』❝솔직히 말하면 나는 단편을 쓰기 싫어한다.❞│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차일드』❝내가 그리고 싶은 풍경은 떠나간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구석에선 고스톱으로 밤을 지새우는 그런 장례식이다.❞│한승태, 『어떤 동사의 멸종』❝커먼즈는 함께 섞고 나누는 활동, 즉 커머닝(공통 .. 2025. 2. 28.
짓는 동안 흐르는 콧노래 2025. 1. 28‘밥 먹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몸으로 겪는 나날이다. 문턱 앞에서 풀이 죽거나 머뭇거리는 버릇 탓도 있겠지만 여러 일을 해내야 하는 때여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첫끼를 챙길 때가 잦다. 밀린 일이 있어도 끼니만큼은 느긋하게 챙겨왔는데, 요즘은 끼니를 건너 뛰게 된다. 늦은 끼니를 챙기며 이 바쁨이 무얼 말하는지 가만히 돌아보았다.지난 일요일엔 곳간 새책 디자인 이야기를 나누려 장전동 그린그림 작업실에 갔다. 내가 사는 곳이 다대포 근처이니 지하철 1호선으로 놓고 보면 끝에서 끝이다. 그런 까닭에 예전엔 운전을 해서 가곤 했는데, 지금은 지하철을 탄다. 서부산에서 동부산까지 가는 동안 정차하는 역마다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 모습이 제각각이라 드문드문 그걸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이 재밌다... 2025. 1. 28.
살림에 깃드는 작은 날개짓 2025. 1. 19 연산동 '카프카의 밤'에서 잇는 아홉번째 걸음을 함께 했다. 도무지 시간을 낼 수가 없겠다 싶었지만 오고 가는 3시간 동안 손보는 책 원고를 들여다보면 되겠구나 싶어 나섰다. 운전을 해서 가면 조금 더 일찍 닿을 수 있다해도 가만 생각해보면 내내 차에 메인다는 뜻이니 두손 두발이 차에 묶여 있는 셈이다. 그래서 40분 일찍 나서기로 한다. 가끔씩 작은 생각이 깃들며 저절로 트이는 살림 자리를 만날 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에 가는 길이어서일 테지. 새벽부터 모임 자리를 펴려 고흥을 나선 이와 밤늦도록 불밝히는 책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나누는 자리로 가는 걸음이니 살림이 깃들 수밖에.⟪이오덕 일기⟫를 곁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 아홉 걸음. 다시는 오지 .. 2025. 1. 19.
딴생각 2024. 12. 24 잡지 편집회의를 끝내고 이어지는 뒷자리를 뒤로하고 먼저 나섰다. 정영선 작가님을 모셔다 드리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색함을 쫓으려 내어놓는 실없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책 만드는 이야기, 소설 쓰는 이야기, 즐겁게 누리는 이야기, 답답한 마음을 슬쩍 내비치는 이야기를 술술 잇다보니 광안리에서 북구로 넘어가는 길이었지만 이어서 김해까지, 창원까지도 갈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주거니 받거니 잇던 이야기가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하면서 뚝 그쳐야 했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한 달 만에 차에 기름을 넣고 마트에 들러 고등어도 두 마리 사고, 두부랑, 고추, 안 깐 마늘도 한 봉지 샀다. 닭튀김을 내어놓는 자리가 텅 비어 있는 걸보곤 속으로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이브군’이라 .. 2025.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