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는 볼 수 없음429 덩그러니 2025. 5. 24한 사람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하루종일 그이를 생각하다가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난다. 그럴 때 하루는 너무 길지만 한달은 너무 짧다. 1년 6개월 전쯤에 달리는 길에 챙긴 신용카드와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통 카드를 어딘가에 떨어뜨렸다는 걸 집에 도착할 때쯤 알아차린 적이 있다. 달리기 전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그 카드를 허리춤에 넣어두었는데 지퍼를 잠그지 않았나보다. 두 카드 모두 재신청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달렸던 길을 훑으며 다시 되돌아 갔다. 20분쯤 지나서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먼길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축쳐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계속 걸었다. 택시를 타고 달렸던 곳까지 가서 거기서부터 집.. 2025. 6. 1. 어느새 오솔길에 들어선 모두―113번째 <문학의 곳간> 뒷이야기글 비, 상현, 아름, 승리, 지원 그리고 대성. 이렇게 여섯이서 113번째 을 열었다. 비는 이 모임을 시작했던 2013년 7월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다. 에 비가 없으면 뭔가 이상하다. 상현은 2021년 이맘때부터 모임을 함께 열고 있는데, 아주 오래전부터 오가던 이 같다. ‘숨 쉴 틈’을 찾아 에 온다는 아름은 2018년 (권여선) 모임에 첫 걸음을 했고 이어서 으로 미끄럼을 타듯 즐겁게 넘어왔다. 승리는 2023년 화명동 ‘무사이’에서 열었던 글쓰기 모임에 이어 매달 빠짐없이 을 함께 열고 있다. 지원은 진주에서 열었던 글쓰기 모임, 그 모임을 바탕으로 함께 펴낸 『살림문학』과 이어져 작년 12월에 첫(큰!) 걸음을 한 후, 이달에도 합천에서 차를 타고 먼 걸음을 해주었다. ‘우린’ 꽤나 오래 만난 .. 2025. 5. 13. 눈을 감고 2025. 3. 12늘 같은 곳을 달려도 달리는 몸과 마음이 다르고, 부는 바람결과 풍기는 냄새가 다르고, 별빛과 밤구름도 같은 적 없으니 오늘도 다른 길이다. 가볍게 입고 바깥에 나설 때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휘감는 순간은 언제나 좋다. 발을 내딛을 때 넉넉하게 받아주는 땅과 가볍게 튕기며 저절로 나아가는 발바닥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맞춰서 손뼉을 치는 듯해 발구르기도 신이 난다. 두어달 멈췄던 세미나를 다시 연 날, 발제는 끝냈고 봄밤에 부는 바람은 선선하고 냉장고엔 어제 만들어둔 음식도 남았으니 반병쯤 남은 와인을 곁들일 수 있다. 세미나를 마치고 한결 홀가분한 마음이 되어 달리러 나섰다. 오늘밤 나는 누가 뭐래도 넉넉한 사람이다.다대포 바닷가를 곁에 두고 달리다가 문득 눈을 감고 달려보고 싶었다... 2025. 3. 22. 책⏤살림⏤쓰기 곳간에서 글쓰기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10년 넘게 이어온 모임인 에서 읽는 책을 바탕으로 글쓰기 자리를 엽니다. 책을 읽고 쓰는 글이니 서평이라 불러도 좋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도 저마다가 읽고 느끼는 게 다른 까닭은 느끼고 생각하고 바라보는 눈길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글로 쓰고 싶은 내용과 형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돌(아)보고 (보)살피는 눈길과 손길이 다르다는 건 저마다가 꾸리는 살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책을 읽고 쓰는 글을 ’서평 쓰기’라고만 할 수 없겠다 싶어 ‘책-살림-쓰기’라는 새이름을 붙여봅니다. 책을 읽고 쓰는 글이 쌓인다면 또 다른 책을 쓰는 걸음으로 이어지겠죠. 함께 읽고 쓸 책 다발1회 4월 18일 저녁 7시_이성민, 『말 놓을 용기』(민음사, 2023) 2회 5월.. 2025. 3. 21. 부르는 춤 2025. 3. 1늦은 첫끼 탓인지 저녁 무렵 까무룩 잠이 들었다. 꿈을 꾸는 날이 거의 없어 깊게 잠드는 편이라 믿고 있지만 5시간 정도면 잠에서 깨어나니 늘 잠이 부족하다. 그래서 잠이 오면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라도 모자란 잠을 채워야겠다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흐릿하게 빗소리가 들려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하다. 10시를 지나고 있기에 두어 시간 잔 셈인데, 옆동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안개를 바라보다가 알아차렸다. 봄이다. 문밖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듯해 이끌리듯 홀린 듯 달릴 채비를 갖춘다. 안개로 가득한 다대포 바닷가를 달린다. 습도가 높고 날이 많이 따뜻해진 탓인지, 어쩌면 저녁을 거른 탓인지 다른 날과는 다르게 땀이 찬다. 이럴 때일수록 더 천천히 달려야겠다 싶어 발걸.. 2025. 3. 10. 김비 몸 이야기, ⟪혼란 기쁨⟫ 연속 북토크_부산 김비 작가님과 함께 ≪혼란 기쁨≫ 북토크를 시작합니다. 3-4월은 부산에서부터 여러 책방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눌 참이에요.≪혼란 기쁨≫ 출간 뒤에 인터뷰가 세 번 있었는데, 김비 작가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혼란 기쁨≫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읽을 수 있게 이끌어준다는 걸 느끼셨을 겁니다. 몸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것, 혼란이라는 감정 안에서 움트는 기쁨의 순간, 늙음과 돌봄에 대한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혼란 기쁨≫을 곁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저마다의 삶 이야기도 이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북토크 때마다 미발표 원고를 한 편씩 나눠드릴 참입니다. 김비 작가님과 미발표 원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훗날 ≪혼란 기쁨≫ 개정판을 낸다면 어디쯤에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 들려주세요. * .. 2025. 3. 8. 온몸으로 온맘으로 2024. 4.17여기서 저기까지 달려서 다다르기. 늘 장림 주변만을, 매번 큰맘 먹고 달리다가 언제 어디서라도 달릴 수 있을 때 달려야겠다 싶어 여기저길 달려보니 상쾌하고 좋았다. 러닝화를 신지 않고도, 코트를 입고도 몇 킬로를 달려서 오고 가는 맛이 있었다. 그렇게 작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처럼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여했다. 세희가 북돋지 않았다면 또 미루어졌을 수도 있지만 3월 내내 밀린 원고를 쓰다가 겨우 마감하고 나들이 나서는 마음으로 기쁘게 달렸다.시작부터 끝까지 세희랑 이야기나누며 걷고 뛰고 오르고 내려가고 쉬고 마시고 웃고 떠들었다. 다시 떠올려보니 거의 울고 싶어질 정도로 온몸, 온맘으로 누렸구나 싶다. 2019년즈음에 ‘문학의 곳간’ 친구들이랑 대마도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2025. 3. 6. 이 몸, 이토록 아프고 기쁜 2025. 2. 25김비 작가님을 만나러 차를 몰고 양산으로 간다. 이런 길을 거쳐서 부산으로 오겠구나를 가늠하며 꽤나 ‘늦은’ 양산행을 들여다본다. 양산 모퉁이 두세 곳을 옮겨다니며 새로 펴낸 책 이야기를 나눴다. 짧지만 긴 이야기. 아쉽고 서운했던 마음을 털어내고 즐겁고 기쁘게 어울릴 수 있는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해가 지는 늦은 오후 부산으로 돌아오며 김비 작가님이 이 길을 지나 부산으로 오는구나를 헤아린다. 지난해 끝자락부터 올해 들머리까지 책 두 권을 펴내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특히 눈이 침침해져서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고, 어깨걸림도 하루종일 이어진다. 2월 중순 일본 교토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발표를 하기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는데, 걷는 동안 새끼 발가락 끝이 내.. 2025. 3. 2. 2025년 상반기 문학의 곳간│이제 다른 춤을 추자 작은이들이 모여 작은 자리를 내어놓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잇는, 작은 모임 .2025년 상반기 을 펼칩니다.봄부터 여름까지 다섯 갈래로 나뉜 오솔길을 걸으며 는 이야기를 잇습니다.🪽❝평어는 '이름 호칭+반말'로 이루어진 새로운 한국말이다.❞│이성민, 『말 놓을 용기』❝나는 1970년대에 개인 저널리즘이라는 장르의 글을 쓰는 작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비비언 고닉, 『상황과 이야기』❝솔직히 말하면 나는 단편을 쓰기 싫어한다.❞│옥타비아 버틀러, 『블러드차일드』❝내가 그리고 싶은 풍경은 떠나간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고 구석에선 고스톱으로 밤을 지새우는 그런 장례식이다.❞│한승태, 『어떤 동사의 멸종』❝커먼즈는 함께 섞고 나누는 활동, 즉 커머닝(공통 .. 2025. 2. 28. 짓는 동안 흐르는 콧노래 2025. 1. 28‘밥 먹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몸으로 겪는 나날이다. 문턱 앞에서 풀이 죽거나 머뭇거리는 버릇 탓도 있겠지만 여러 일을 해내야 하는 때여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첫끼를 챙길 때가 잦다. 밀린 일이 있어도 끼니만큼은 느긋하게 챙겨왔는데, 요즘은 끼니를 건너 뛰게 된다. 늦은 끼니를 챙기며 이 바쁨이 무얼 말하는지 가만히 돌아보았다.지난 일요일엔 곳간 새책 디자인 이야기를 나누려 장전동 그린그림 작업실에 갔다. 내가 사는 곳이 다대포 근처이니 지하철 1호선으로 놓고 보면 끝에서 끝이다. 그런 까닭에 예전엔 운전을 해서 가곤 했는데, 지금은 지하철을 탄다. 서부산에서 동부산까지 가는 동안 정차하는 역마다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 모습이 제각각이라 드문드문 그걸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이 재밌다... 2025. 1. 28. 이전 1 2 3 4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