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하는 생활159 짓는 동안 흐르는 콧노래 2025. 1. 28‘밥 먹을 시간이 없다’는 말을 몸으로 겪는 나날이다. 문턱 앞에서 풀이 죽거나 머뭇거리는 버릇 탓도 있겠지만 여러 일을 해내야 하는 때여서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첫끼를 챙길 때가 잦다. 밀린 일이 있어도 끼니만큼은 느긋하게 챙겨왔는데, 요즘은 끼니를 건너 뛰게 된다. 늦은 끼니를 챙기며 이 바쁨이 무얼 말하는지 가만히 돌아보았다.지난 일요일엔 곳간 새책 디자인 이야기를 나누려 장전동 그린그림 작업실에 갔다. 내가 사는 곳이 다대포 근처이니 지하철 1호선으로 놓고 보면 끝에서 끝이다. 그런 까닭에 예전엔 운전을 해서 가곤 했는데, 지금은 지하철을 탄다. 서부산에서 동부산까지 가는 동안 정차하는 역마다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 모습이 제각각이라 드문드문 그걸 알아차리게 되는 순간이 재밌다... 2025. 1. 28. 딴생각 2024. 12. 24 잡지 편집회의를 끝내고 이어지는 뒷자리를 뒤로하고 먼저 나섰다. 정영선 작가님을 모셔다 드리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어색함을 쫓으려 내어놓는 실없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책 만드는 이야기, 소설 쓰는 이야기, 즐겁게 누리는 이야기, 답답한 마음을 슬쩍 내비치는 이야기를 술술 잇다보니 광안리에서 북구로 넘어가는 길이었지만 이어서 김해까지, 창원까지도 갈 수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주거니 받거니 잇던 이야기가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하면서 뚝 그쳐야 했지만 그것도 괜찮았다. 한 달 만에 차에 기름을 넣고 마트에 들러 고등어도 두 마리 사고, 두부랑, 고추, 안 깐 마늘도 한 봉지 샀다. 닭튀김을 내어놓는 자리가 텅 비어 있는 걸보곤 속으로 ‘그야말로 크리스마스이브군’이라 .. 2025. 1. 14. 나날쓰기 2025. 1. 3글쓰기를 미룬다.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룰 수 없을 때까지. 어제 써야 했던 글을 쓰지 못했기에 오늘 써야 하는 글도 쓰지 못한다. 쓰지 못한 글쓰기 굴레에 갇혀 숨가쁜 나날이 이어진다. 청소를 미룬다. 지저분한 자리를 피해다닐 순 있지만 그럴수록 더 눈에 밟힌다. 먼지가 쌓이고 얼룩이 진다. 너저분하고 어수선하다. 그 모든 살림에 등을 돌리고 앉아 글쓰기를 미룬다. 작업실 가는 길에 이오덕 일기를 읽었다. 한길사에서 펴낸 ⟪이오덕 교육일기・2⟫(한길사, 1989)와 양철북에서 펴낸 ⟪이오덕 일기・4⟫(양철북, 2013)를 챙기고선 지하철에서 펴보았다. 4권은 1992~1998년 사이에 쓴 글을 추린 것인데, 지난달 이응모임에서 함께 읽은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최종규 편집.. 2025. 1. 5. 작업실 가는 길 2024. 12. 19잠자리 자세가 잘못된 탓이라 여겼는데, 아닌 모양이다. 보름이 지나도록 목과 어깨 결림이 나아지질 않는다. 저녁이 되면 더 결리고 밤이 되면 그만 누워야할 정도로 불편하다. 꽤 오래 달리지 못했고, 작업실도 나가지 못했다. 마음이 바쁜 탓이다. 그럴수록 이상하리만치 일머리가 잡히질 않는다. 며칠, 아니 몇 주를 그냥 흘려보낸 듯하다. 오늘은 점심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간단히 도시락도 싸서 작업실로 간다. 지하철역까지 1km를 천천히 달렸다.강의가 없는 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하철은 걷고, 뛰고, 읽는 일과 이어져 있지만 무엇보다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라도 부대끼지 않으면 사람들과 잠시라도 섞일 일이 없을 것만 같다. 지난 주 그린그림과 디자인 회의하러 .. 2024. 12. 19. 곁눈길 2024. 8. 5곳간에 보내주신 에 실은 사진책 글을 눈을 반짝이면 읽었습니다. 당장 구할 수 있는 책을 몇 권 찾아보고 사진책 몇 권을 펼쳐보며 며칠을 보냈답니다. 짧은 글임에도 가 참으로 알뜰하게 읽혔습니다. 사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다정하게 알려주는 길잡이 글이었습니다. 그러고 눈에 띄는 사진집을 펼쳐보았는데, 이상하리만치 사진이 달리 보이더군요. 친구 로드리고 세희에게 ‘똑딱이 카메라’를 하나 구해달라는 부탁을 해두며 “낱말을 수집하거나 문장 쓰는 것처럼 꾸준히 찍어야 그나마 볼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테니까”라고 덧붙였는데, 새삼 사진 찍기와 낱말을 돌보고 모으는 일이 닮아 있다는 걸 떠올렸습니다. 그 생각 때문인지 좀처럼 반듯하게 모을 수 없었던 ⟪우리 말과 헌책방⟫을 마침내 1~7.. 2024. 12. 8. 흐르다 2024. 11. 17 손수 밥을 지어 먹을 때마다 빠짐없이 ‘정말 맛있구나’라 여겨져 즐겁다. 내 어머니는 이런 나를 떠올릴 때마다 혼자서 밥해먹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얼마나 힘드냐고 걱정하시지만 아주 가끔 몸이 아플 때를 빼곤 힘들거나 귀찮다 여긴 적이 없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또 어찌보면 꽤나 놀라운 일이다. 요즘은 살림을 흐르게 하는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일에 대해 곰곰 생각해볼 때가 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집까지 얼추 1km 정도를 걸어야 한다. 300m 정도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해서 비가 많이 오거나 많이 지칠 땐 가끔 택시를 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고, 늘 조금도 힘들지 않다 여긴다. 집으로 가는 길이니 당연하지 않나 싶다가도 문득 이 힘이 어디서부.. 2024. 11. 22. 아저씨, 어디가세요? 2024. 10. 8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발걸음을 재촉하며 바깥으로 나가려는데 1층 이웃집 현관문이 슬며시 열린다. 혹여나 놀랄까봐 잠깐 멈춰 섰는데, 10살 남짓한 어린이가 천천히 걸어나온다. '안녕~!' 작은 목소리로 인사하며 성큼성큼 앞질러 나갔다. 지금쯤 진주문고에 닿았으면 좋겠구나 싶은 시간이어서 마음이 조금 바쁘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손전화기에서 길안내 어플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방금 지나쳤던 아이가 가던길을 돌아 차 곁으로 다가온다. 창문을 여니 고개를 숙이고 나를 찬찬히 보더니 묻는다. 아저씨, 지금 어디가세요? 아저씨, 지금 서점 가는 길인데, 왜 그래? 그냥 궁금해서요. 저는 체육관 갔다가 옆에 회관 갈 건데...(뒷말은 목소리가 작아서 들을 수 없었다) 그래, 잘 다녀와~ .. 2024. 10. 8. 눈을 크게 뜨지 않아도(만화책 읽기 1) ―다카하시 신, <좋은 사람>1, 2(1993 한국어판 1998) 2024. 10. 3 지난 일요일 이른 10시부터 최종규 선생님을 이끔이로 삼아 이오덕 어른이 펼친 뜻을 따라 걸어보는 모임을 마친 뒤, 이어서 부산에서 펴낼 어린이잡지 회의를 하니 늦은 5시가 훌쩍 넘었다. 최종규 선생님과 함께 중앙동 곳간 사무실로 넘어와 책 펴내는 이야기를 나눌 참이었는데, 저녁거리를 사러나가는 길에 어제 사지 못한 책이 눈에 밟힌다고 해서 보수동책방골목엘 들렀다. 일본 문고본 여러 권과 보기 드문 잡지 몇 권을 챙겨 돌아나오는 길에 만화책으로 꽤나 유명한 국제서점에 들렀다. 최종규 선생님은 그곳에서도 귀신 같이 숨은 책을 척척 찾아내어 살펴보시길래 책방 구석까지 들어가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만화책 더미를 훑었다. 그러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만화책 꾸러미를 보곤 최종규 선생님께.. 2024. 10. 3. 살림글살이(1)―쓸 듯이 쓰기, 쓰며 살기 2024. 10. 2작년 이맘때쯤 누구나, 언제나 비평 쓰기를 할 수 있으니 함께 써보자는 뜻을 품고 이라는 모임을 열었습니다. 그때 ‘매일’을 그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펼치는 나날’이라 풀어써보았고 ‘비평’을 ‘되비추기’라 다르게 써보았습니다. ‘연습’은 ‘갈고 닦는 일’이라 풀어썼는데 이를 ‘쓸고 닦는 일’이라 적어도 좋겠다 싶어요. 이를 엮어보면 ‘나날이 되비추(려)는 쓸고 닦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새삼 살림이 이미 이런 뜻을 넉넉히 품었구나 싶어요. 살림은 나날이 새롭게 펼치는 일일 테니까요. 어제 모임을 가만히 돌아보다(되비추기) 스르륵― 오늘이 새롭게 펼쳐집니다. 살림이 나날이 새롭게 펼치는 일이라면 살림글 또한 나날이 기쁘게 써야겠구나 싶더군요. 살림글쓰기 모임 자리에서 자주.. 2024. 10. 2. 그림자가 비추다 2024. 8. 2 5월부터 진주를 오간다. 8월이 되었으니 한 계절을 오간 셈인데, 누구와도 사귀지 못하고 무엇도 좋아하지 못했다. 여전히 낯설게 오갈 뿐이다. 이번 주는 진주에서 하루 묵어야겠다 싶어 숙소를 잡고 그곳에서 남강까지 가는 길을 찾아보았다. 다들 여름휴가를 떠났는지 오늘 낮부터 모임에 나올 수 없다는 알림이 자꾸 울린다. 이런 날엔 서로 더 가까이서 살갑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저마다 쓴 글을 차근차근 짚어가며 이야기를 건네야겠다 싶어 여느 때완 다른 몇 가지 이야기를 적어두었다.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모임을 정리하고 숙소로 가 서둘러 옷을 갈아입은 뒤 남강 곁을 달렸다. 멀찌감치서 바라만 봐왔던 터라 그저 이뻐보이기만 했는데, 그 곁을 달리다보니 새삼 강이 어떻게 흐르는지 궁금했다... 2024. 8. 4. 이전 1 2 3 4 ··· 1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