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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들

Lo-culture: 남은 어떤 것

by 종업원 2011. 7. 13.


어떤 이름을 만들고 그 름을 부르기 위해 오랜 시간 암중모색의 시간을 거치는 사람들과 수년간 함께 공부하며 징글맞게 부대끼며 생활하고 있다.
* 나는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들의 인내로, 그들의 호의로(lo), 나는 오늘도 무사하다. 그 무사의 부채를 언젠가는 갚을 수 있을 거란 오만한 생각보다는 '비평'의 방식으로 돌려주는 것이 온당한 주고 받음일 것이다. 내가 비평가일 수 있다면 바로 '그 호명'에 얼마나 결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일 테다. 

낮은 자리에(low) 남아 있는 어떤 것(culture)이란 바로 스스로가 서 있는 지반을 살피고(그것은 곧 '관계 양식'을 돌아보는 것이다) 지금껏 자신이 해왔음에도 여전히 무엇을 하고 있는 알지 못하는 아둔한 '자아'와 대면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것(culture)이 남아 있다.** 여전히 떠나지 않고 내 곁에 남아 있다. 그래서 내가 무사하다. 내 곁에 남아 있다는 자각은 표면적으론 감사함의 표식이 되겠지만 실은 자아중심적인 오만에 가까운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달리 말해야 한다. 그들은 거기에 그저 있다. 그래서 내가 무사한 것이다. 

그렇게 남아 '있는' 사람들이 모여 서평회를 개최한다. 아직 남아 있어서, 거기에 그저 있어주어서, 그 존재들이 모여 무언가를 도모할 수 있어서, 그것이 작은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되어서, 또 다른 이들에게도 중요한 '장소'를 제공해줄 수 있어서,

기쁘다.  



*'내겐 생활이 없어'라는 탄식조를 입버릇처럼 뇌까리곤 하는데,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희구하는 듯한 저 탄식조에서 외려 공부와 생활이 밀착되어 있는 삶의 패턴을 '흘깃' 포착해볼 수도 있다.

** culture에 '어떤 것'이라는 멋진 번역어를 부여한 이는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한 후배이다.  더 정확하게 말해 아래의 서평회 포스터 가장 오른쪽에 있는 손바닥(!)의 주인공이라고 해두자.   







<정념 커뮤니티와 감각적 결속을 통한 인간 관계에 대한 고찰 : 20세기 공동체의 추이에 대한 비교 역사적 고찰을 중심으로>(연구 책임자: 권명아)팀에서 「서평회; Lo-culture」를 엽니다.
저희 프로젝트는 그간 연구모임a, 문화콘텐츠 연구소에서 기획해온 ‘정념과 인문공동체’, ‘정념과 어소시에이션’,등을 통해 탐색해왔던 ‘정념’, ‘결속’, ‘진지’, ‘네트워킹’, ‘어소시에이션’ 의 문제를 보다 넓게 외연화하고, 실천적으로 펼쳐놓고자 합니다.


 이번에 기획하는 「Lo-culture」는 우리가 터한 ‘하단’이라는 끝의 자리(local)에서 썰물이 채 담아가지 못하고 남은, 아래에 있는(low) 어떤 것들(culture)ㅡ정념, 사람, 소리 또 무엇ㅡ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함께 읽고, 보고, 나누는 자리입니다. 그리하여 이 자리를 통해 ‘정념’과 지역에서의 또 다른 ‘진지’를 그려보려 합니다.

 이번 첫 번째 「Lo-culture」의 장소에 ‘글’을 깔아주실 분은 권명아 선생님입니다. 이 자리는 권명아 선생님이 그간 기획해온 「정념과 삶의 정치」와 연속되는 「정념과 삶의 거처―역사, 현실, 이론」이라는 주제를 통해 앞으로의 프로젝트 전체를 열어보이고, 소개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깔리는 ‘글’들의 위에는 ‘말’과 ‘소리’를 채워 「Lo-culture」의 ‘장소’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글’이 밤의 활자들처럼 일어나 감각으로, 소리로, 파문을 그리며 서로에게 전해지는 자리를 위하여 대중예술연구가인 이영미 선생님과 ‘어쩔 수 없는 천재’ 뮤지션 김일두씨가 함께 합니다.

 「Lo-culture」에 오실 여러분과 그 면면의 사이를 지나가는 ‘소리’로 나와 당신의 장소를 함께 만드는 이 날에, 당신을 초대하려 합니다.  


시간 :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오후 2시

장소 : 북카페 <순이네>(051-205-4569)

동아대(하단) 야구연습장 뒷길 라이파크 B/D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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