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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한 아카이브2

『대피소의 문학』 저자 인터뷰 문학의 역할이나 소명에 대한 기대가 회의적으로 변하는 시대에 ‘대피소’라는 긴급한 장소와 ‘문학’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왜 ‘대피소의 문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시는지요? 저뿐만 아니라 참사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무기력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한동안 ‘구조 요청’에 누구도 응답하지 못했다는 부채감 속에서 지냈습니다. 참사의 사회적 의미나 현실을 진단하는 것이 아닌 참사 현장에 관한 글들을 찾아 읽으면서 ‘현실’과 ‘현장’의 온도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깥을 향해 도움을 구했던 이들이 외려 또 다른 누군가를 구해내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가령, 유가족들의 투쟁이나 참사 현장에 관한 증언)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는 무기력이야말로 재난 시스템이 .. 2023. 12. 7.
좌절됨으로써 옮겨가는 이야기 잠수와 읽기 어떤 ‘읽기’의 순간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잠수를 닮아 있다. 읽기란 우선 고요해지는 일이다. 숨 참기, 아래로 내려가 경계와 대면하는 것, 고요. 고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고요 속에서만 겨우 만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만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그걸 알기에 오늘도 고요해질 수 있어야 한다. 고요해지지 못해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었던 문장이 있었다 안타까워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 자책한다. 오늘 내가 놓쳐버린 문장들을 영영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을 품고 잠수 한다. 고요 속으로 내려가 잠깐, 겨우 읽는다. 활자 뭉치로만 보였던 페이지 속에서 하나의 문장과 만난다. 깊은 바닥 아래에서 누군가의 잠수를 오랫동안 기다려왔을.. 2016.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