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mad Syndrome1 그 장소에(서) 정확하게 부는 바람 작년 겨울 초입에 발매된 최고은의 새앨범 (블루보이, 2017)을 겨우내 웅크리고 들었습니다. 몇번을 들었는데도 들을 때마다 숨죽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놀라운 에너지와 집중으로 숨소리 하나까지 음으로 응집하고자 하는 최고은의 음악적 진지함에 압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따금씩 차를 마시는 것 외엔 음반을 들으며 그 어떤 행위도 할 수 없었는데, 그건 진지하고 섬세한 사운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나 홀로 좋아했고, 그래서 더 애틋했던 한 뮤지션이 ‘저 너머’로 넘어가고 있는 뒷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그이를 붙들 수 없었고 그렇다고 전처럼 똑같이 좋아할 수도 없었습니다. 좋아하되 그 좋아함을 모른척 지그시 내리누를 수 있을 때 곁의 사람을 동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어렴풋하게나마 알.. 2018. 2.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