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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의 문학

'대피소'와 '천막'에서 '광장'까지의 거리

by 종업원 2020. 6. 16.


[책대화 : 대피소와 천막은 어떻게 광장이 되는가] 후기



지난 주 화요일(20일) 저녁, '회복하는 생활'에서 <대피소의 문학>(김대성, 갈무리, 2019)과 <광장이 되는 시간>(윤여일, 포도밭출판사, 2019)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투쟁을 위해 세워진 천막촌에서 외친 긴급한 목소리를 더 멀리, 더 크게 전하기 위해 쓰인 오십 편의 단장으로 묶인 <광장이 되는 시간>과 곳곳에서 들려오는 구조 요청에 비평적으로 응답하며 각자의 대피소에서 열리고 있던 곳간을 발견하고자 한 <대피소의 문학>. '대피소'와 '천막'에서 '광장'까지의 거리를 가늠해보기도 하고 때론 이 두 장소가 어떻게 광장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광장이 되는 시간>은 천막촌에서 수신한 목소리들을 '단장'이라는 글쓰기 양식으로 재서술하는 실험적인 글쓰기입니다. 각각의 단장은 일지가 되기도 하고, 선언문이 되기도 합니다. 때론 한 편의 시처럼, 또 한 통의 편지가 되기도 합니다. 사유의 교본, 아포리즘, 운동약사, 사유 실험 일지와도 같은 단장은 천막촌의 힘(사유)를 이곳까지 당겨오는 글쓰기로 읽혔습니다. 


<대피소의 문학>에선 먼 것에 대해 잘 이야기 한다고 할까요, 비평적 글쓰기가 가지는 통념에 반해 가까운 것에 대해 긴급하게 이야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몸바꾸기를 해온 비평의 궤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문학'이 이 시대의 대피소가 된다는 뜻이 아니라 대피소와 같은 곳에서 문학이 발명되는 것이라면 긴급하게 타전되는 목소리를, 또 그 목소리에 대한 응답을 문학이라 부르지 못할 이유도 없겠지요. 


히요와 준의 기획과 진행으로 뜻깊은 자리를 열 수 있었습니다. 멀리 제주에서 오신 윤여일 선생님과 애써 자리해준 친구들, 덕분에 멀리까지 나아가볼 수 있었습니다. 대피소에서, 천막에서, 또 새롭게 열리는 광장에서 다시 만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