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만1 ‘사이’의 동력(학) 1. 또 다시 검은 구름이 몰려와 한바탕 비를 뿌린다. 얼마나 내리고 또 언제 그칠 것인지 이미 데이터가 나와 있지만 설사 비가 그치지 않는다 해도 놀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측가능한 시스템에 익숙해질수록 외려 예측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무덤덤해지기 때문이다. 아니 이 말은 다음과 같이 다시 번역되어야 한다. 우리는 오직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을 믿는다. 수많은 데이터는 그저 눈앞에 펼쳐지는 사태들을 보조할 뿐이다. 오직 보이는 것만을 믿는다. 그러니 긴 장마로 붕괴되는 것은 ‘둑방’만이 아니다. 세계에 대한 믿음, 인간에 대한 믿음, 또 믿음에 대한 믿음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실패’가 없는 세계. 서둘러 종말과 파국이라는 말로 핏대를 세우기 전에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의 짝말이 무엇.. 2013. 9.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