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살림글3 지나가다 2025. 5. 28작업실에 가지 않은 날이면 서재에 앉아 창밖에 쏟아지는 볕을 바라본다. 건너편, 들어갈 수 없는 화목한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종알종알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집, 티격태격 작은 부대낌 사이로 웃음이 흐르는 집. 언젠가 방문을 열어두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화목은 집에 다 담기지 않는 웃음소리처럼 바깥으로 흘러넘치곤 하지만 눈길과 손길로 꾸리는 살림은 서로를 감싸기에 내내 집에만 머무르고 싶게 한다. 가만히 떠올려보면 내게도 화목했던 시절이 있었다. 저녁에 고등어조림을 먹던 날들,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었던 양념통닭, 저녁 대신 만들어주었던 떡볶이, 어린이날에 먹었던 짜장면, 한여름 마당에서 구워 먹었던 삼겹살, 그리고 3교대 근무를 했던 아버지와 함께 올랐던 뒷산 .. 2025. 7. 4. 온몸으로 온맘으로 2024. 4.17여기서 저기까지 달려서 다다르기. 늘 장림 주변만을, 매번 큰맘 먹고 달리다가 언제 어디서라도 달릴 수 있을 때 달려야겠다 싶어 여기저길 달려보니 상쾌하고 좋았다. 러닝화를 신지 않고도, 코트를 입고도 몇 킬로를 달려서 오고 가는 맛이 있었다. 그렇게 작은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처럼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여했다. 세희가 북돋지 않았다면 또 미루어졌을 수도 있지만 3월 내내 밀린 원고를 쓰다가 겨우 마감하고 나들이 나서는 마음으로 기쁘게 달렸다.시작부터 끝까지 세희랑 이야기나누며 걷고 뛰고 오르고 내려가고 쉬고 마시고 웃고 떠들었다. 다시 떠올려보니 거의 울고 싶어질 정도로 온몸, 온맘으로 누렸구나 싶다. 2019년즈음에 ‘문학의 곳간’ 친구들이랑 대마도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2025. 3. 6. 이 몸, 이토록 아프고 기쁜 2025. 2. 25김비 작가님을 만나러 차를 몰고 양산으로 간다. 이런 길을 거쳐서 부산으로 오겠구나를 가늠하며 꽤나 ‘늦은’ 양산행을 들여다본다. 양산 모퉁이 두세 곳을 옮겨다니며 새로 펴낸 책 이야기를 나눴다. 짧지만 긴 이야기. 아쉽고 서운했던 마음을 털어내고 즐겁고 기쁘게 어울릴 수 있는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해가 지는 늦은 오후 부산으로 돌아오며 김비 작가님이 이 길을 지나 부산으로 오는구나를 헤아린다. 지난해 끝자락부터 올해 들머리까지 책 두 권을 펴내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특히 눈이 침침해져서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고, 어깨걸림도 하루종일 이어진다. 2월 중순 일본 교토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발표를 하기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는데, 걷는 동안 새끼 발가락 끝이 내.. 2025. 3.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