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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처럼2

동물처럼(1) 2016. 4. 8 3월은 내내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다. 찾지 않고 쫓지 않으면서 봄에 ‘입회’할 수 있는 은밀하고 드문 순간을 기대하며 걷고 또 걸었다. 도시 바깥으로 걸었고, 내 생각의 바깥으로 나가고자 했으며, 의도와 욕심 없이 걷는 방법이 있기라도 하듯이 열심을 다해 걸었다. 한 선생님과 세 시간이 넘도록 천변을 걸으며 응/답하는 쾌락을 마음껏 누려서일까 발뒷꿈치 부분의 아릿함이 이 주가 지났는데도 차도가 없다. 걷기 힘들정도의 통증은 아니지만 걸을 때마다 작은 신호를 보내는 듯한 그 통증 덕에 신발의 상태와 걷는 자세, 그리고 몸의 상태를 잠깐이나마 돌아보게 된다. 생활이란 것이 편재해 있는 ‘작은 신호들’의 기미를 파악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조합하여 할 수 있는 만큼의 ‘꼴’의 형상으로 만들어보는.. 2016. 4. 9.
동물처럼(2)-환대의 공혜(空慧) 2016. 4. 8 하루 중 거의 유일하게 안심하는 시간은 늦은 밤 홀로 와인을 마실 때다. 기껏해야 한 두 잔이지만 얼마 전 와인이 내 삶에 이미 입회해 있음을 알게 되었던 순간, 나는 실로 오랫만에 안도했다. 기쁨도, 슬픔도 없는 생활을 벼리는 일상 속에서 ‘와인’이 주는 잠깐의 자유와 안락함에 감사함을 느낀다. 와인은 아마도 J형과 어울리면서, 그가 베푸는 배려와 환대가 열어준 오솔길을 따라 내 생활로 흘러들었을 것이다. 때론 ‘환대’란 말없이 문을 열어두는 일이기도 한터라 편안한 온기의 출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어떤 환대 앞에서 잠시 어리둥절해지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어리둥절한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아쉬움을 내색하지 않고 어떤 식탁에서든 내 자리를 마련하고 잔이 빌 .. 2016.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