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만들기1 노인의 몸짓으로, 노인이 되어버린다 해도 2014. 10. 3 남천동 시절, 볕이 잘 들지 않는 내 방 주변으로 두 채의 빌라가 들어섰다. 근 4개월 동안 매일 아침 6시부터 나는 하나의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집을 부수는 것보다 집을 짓는 소음이 더 크다는 것을. 무언가를 없애버리는 것보다 새롭게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더 요란하다는 것을. 매일 아침 침대에 앉아 어쩌면 당연한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 버린 것을 책망이라도 하듯 불성실한 잠을 요란하게 깨우던 기고만장한 소음 속에서 나는 몇 시간이고 그렇게 그 무엇도 하지 못하고 황망하게 있었다. 어느날 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가장 큰 집의 허물어진 잔해더미 위로 조용히 꿈틀거리는 움직임에 섬칫, 발걸음을 멈추었던 적도 있다. 곳곳에서 움직이던 그림자들은 더렵혀진 장판과 각목을 느.. 2014. 10. 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