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상1 불가능한 공동체 1. 쓰레기가 되는 삶들 : 추방의 불가피성 모든 딱딱한 것들이 녹아 사라지는 유동하는(liquid) 세기를 관할하는 핵심적인 규칙에 대해 말해야 할 때, 그 첫 자리에 ‘추방령’을 올려두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때의 ‘추방’이 가지는 함의는 공동체의 규칙을 위반한 자를 단순히 ‘밖으로 쫒아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르조 아감벤과의 만남은 오늘날의 ‘추방’이란 무언가를 자신에게 인도하도록 만드는 권한이자 자신을 내버리는 자의 자비에 위탁되는 것임을, 다시 말해 추방은 배제되는 동시에 포함되며 해방되는 동시에 포획당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사유의 영역으로부터 우리를 벗어날 수 없게 한다. 추방은 공동체의 규칙을 위반했을 때 부여되는 징벌이라는 예외적인 규율 체계가 아니라.. 2012. 9.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