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시민도서관1 긁어내고, 벗겨내고, 지우는 글쓰기 ‘하얀 바탕’이 지운 것들 글쓰기는 없던 무언가를 새롭게 더하는 일이 아니라 있던 것을 발견하거나 무언가를 빼고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 생활 속에 소리 없이 쌓인 더께를 벗겨내는 것만으로도 ‘몰랐던 얼굴’을 만나게 되는 청소처럼 말이다. 하얀 바탕 화면 위에 검은색 글자를 ‘채워’나가는 작업을 글쓰기라 불러왔지만 외려 ‘하얀 바탕’을 ‘긁어’내고 ‘벗겨’내는 일에 더 가깝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앞에 놓인 ‘하얀 바탕’은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하는 ‘백지’라기보단 부대끼며 살아가는 동안 원치 않는 역할을 떠맡거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동안 쌓인 더께에 가깝다. 윗사람 앞에 설 때, 학교에 갈 때, 친구를 만날 때, 오늘도 누군가가 되어야 할 때마다 우리는ᅠ자신을 지우고 ‘하얀 바탕’이 된.. 2023. 7.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