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없이1 산책 없이 2017. 8. 12 해질녘 몰운대를 걸었다. 처음 걷는 길 위에서 힘없이 사라지는 발자국 소리가 그동안 모르고 있던 잘못을 책망하는 것 같았다 . 모르는 길을 바장이며 조은의 시집을 읽었다. 시는 잘 읽히지 않았고 걸음도 잘 되지 않았다. 손쓰기엔 늦어버린 통지서를 받은 사람 마냥 두 계절이 지나는 동안 한번도 산책을 하지 않은 생활을 헤아려보았다. 손바닥 위의 모래처럼 형체 없이 사라져버리는 애틋한 것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고 그 무엇도 키우지 못했다. 몰운대 전망대 쪽으로 가지 않고 귀퉁이를 향해 걸었다. 초식동물처럼 두리번거리며 복숭아 하나를 달게 먹었다. 파도를 코앞에 두고 앉아 바람에 맞서 날개짓하며 허공에 멈춰 있는 갈매기들을 바라보았다. 낚시꾼들이 가끔씩 낚는 물고기들은 크기가 작았지만.. 2017. 8. 1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