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정의 맛2

‘주중 채식’ : 환대의 맛 2015. 6. 16 ‘부지런’이라는 강박은 학습된 권면을 따르고자 애썼기 때문이 아니라 차라리 벗어날 수 없는 '자아 회로'나 '증상'과 같은 것인데, 대학 시절부터 나는 늦잠 자는 것을 멀리 했고 군대 시절 선임병이 되어서도 허용되지 않은 늦잠이나 낮잠을 한번도 자지 않(못)았다. 그렇게 부지런을 떠는 일이 남들과 다른 탁월한 생산성으로 연결되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부지런 했던 것이다! 한 때는 맛있는 것에 대한 욕구도, 잠에 대한 욕구도 없는 내가 한심하고 원망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부지런. 내 청춘을 작은 단어 하나에만 담아야 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부지런'인지도 모르겠다. 부지런한 청춘이라니! 나는 쉬는 법을 몰랐고 노는 법도 몰랐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어떤 일을 하고 난 뒤에도 .. 2015. 6. 17.
일미一味, 우정의 맛 2014. 10. 6 이사한 송도 집에 도착한 첫번째 우편물, 김이설 소설가의 중편소설 한 권. 여름에 쓴 짧은 글에 대한 답장처럼 도착한 두꺼운 편지 같은 책의 안쪽에 적혀 있는 직접 쓴 정갈하고 고운 글씨를 읽다가 김이설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2006년, 하단의 어느 지하실에 옹기종기 모여 그 계절의 단편들을 함께 읽었던, 지금은 사라진 모임. 사람과 장소는 바뀌었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후배들과 함께 ‘비평 세미나’라는 것을 진행했었는데, 김이설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도 그 모임에서 읽었다. 기회가 닿아 짧은 글을 썼고 아마도 그 글을 김이설 작가가 읽었나 보다. 첫 페이지의 문장들과 ‘작가의 말’을 천천히 읽고 밥을 지었다. 어제, 내 친구 진희가 만들어준 일미 반찬. 도시락.. 2014. 10.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