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기1 좌절됨으로써 옮겨가는 이야기 잠수와 읽기 어떤 ‘읽기’의 순간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잠수를 닮아 있다. 읽기란 우선 고요해지는 일이다. 숨 참기, 아래로 내려가 경계와 대면하는 것, 고요. 고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고요 속에서만 겨우 만질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만 읽을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그걸 알기에 오늘도 고요해질 수 있어야 한다. 고요해지지 못해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었던 문장이 있었다 안타까워한다. 그렇게 매일매일 조금, 자책한다. 오늘 내가 놓쳐버린 문장들을 영영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을 품고 잠수 한다. 고요 속으로 내려가 잠깐, 겨우 읽는다. 활자 뭉치로만 보였던 페이지 속에서 하나의 문장과 만난다. 깊은 바닥 아래에서 누군가의 잠수를 오랫동안 기다려왔을.. 2016. 1.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