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1 바스러져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 구조 요청에 응답하는 것 : 대피소의 문학(1) 1. 필사의 글쓰기 이토록 오랫동안 ‘참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던 시대가 있었던가. 용산 참사 이후 ‘조간朝刊은 부음訃音 같다’(이영광, 「유령 3」)던 한 시인의 말이 몇 년 사이에 ‘조간은 부음이다’라는 절망으로 좌초되어버린 듯하다. 아침에 누군가의 부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부음 없이는 아침이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오늘 우리가 맞이하는 아침은 누군가의 죽음에 빚지고 있는 것이리라. 무력(無力)해지기 싫어서 무력(武力)을 외면하고 무력감(無力感)과 대면하지 않으려 피해다니다보니 겨우 ‘잊지 않겠습니다’정도의 말만을 읊조릴 수 있을 뿐이다. 누군가에겐 필사적이고 간절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무기력한 말처럼 느껴질 때가 잦다. 그건 ‘잊지 않겠다’는 말이 무기력해서가 아니라 그 말.. 2017. 12.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