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박골 가는 길1 작은 글씨로 그린 마음 무늬 2024. 6. 11스무살 무렵에 시도 잘 읽어내고 싶어서 애를 써서 자주 시집을 펼쳤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읽고 또 읽기를 되풀이했는데, 대체로 이야기꼴을 갖추고 비유가 현란하지 않은 장정일이 쓴 시집 두 권이 좋은 길잡이 노릇을 했다. 군대에 잡혀가기 전에 다행히 시집을 여러 권 읽은 바 있어서 읽을 거리로 자리 잡혀 있었고, 뭔가를 읽을 짬이 없는 군대에선 짱박혀서 읽기엔 시집만한 게 없었다. 최전방 부대에 배치되어 1년 동안 GOP에 들어가 철책선을 지키는 일을 했는데, 나는 야간 근무를 서면서 졸거나 잔 적이 거의 없었다. 고참이 잠들면 건빵 주머니에 넣어둔 시집을 꺼내 읽거나 두 번 접어서 여덟 면으로 나뉜 편지지에 밑도 끝도 없는 편지를 썼다. 오늘 이오덕 어른이 펴낸 마지막 시집에.. 2024. 6.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