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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2

고장난 기계(2) 2014. 10. 12 단순하고 명징한 일상이 매일 지속되고 반복되는 것이 새삼 신기한 일임을 알게 되는 순간은 그것이 중단되거나 파괴되었을 때다. 너무나 복잡하고 비논리적이어서 하나의 어휘로 지칭할 수 없는 탓에 우리는 그것을 짐짓 모르는 척, 슬그머니 '일상'이라고 무심히 불러온 것이다. 이 복잡하고 신기한 일이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고 반복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일상이 (의심없이) 지속된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이라는 이 복잡하고 비논리적인 구조가 어떻게 '지속'이라는 상태로 유지되는지 조금도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기계를 처음 만나는 순간 또한 그것을 편리하게 사용할 때나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할 때가 아니라 고장났을 때.. 2014. 10. 12.
거울과 사진, 고백과 글쓰기 스무 살이 한참 지난 나이지만 ‘∼씨’보다 ‘∼양’이라 불리기를 원하는 여성이 있다. 그녀는 틈만 나면 거울을 보고 주변사람들이 진절머리를 칠정도로 열성을 다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고백’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거울 보는 일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사람들 앞에 설 ‘자신감’은 없지만(‘∼씨’가 된다는 것은 사람들 앞에 홀로 서는 것이다. 그/녀와 마주본다는 것이다) ‘자신’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양’이라는 호칭 주변에는 그래도 ‘난 소중해’라는 유아적인 정서가 둘러싸고 있다) 쉼없이 거울을 보고 고백을 하는 그 여성의 손에는 늘 핸드폰이 쥐어져 있다. 영화 (이경미, 2008)는 볼이 빨개지는 콤플렉스를 가진 ‘양미숙’이라는 인물.. 2011.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