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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덴 형제2

2024년 하반기 <문학의 곳간> 작게 작게 열며 책과 나를, 글과 말을, 그때와 지금을 이어보는 2024년 하반기 안내합니다. 무척 더웠던 여름을 지나 가을부터 내년 겨울까지 다섯 갈래를 하나로 엮은 책 꾸러미와 함께 이야기를 펼쳐보려 합니다. "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접시를 내려놓을 수 있어요." ⏤희정, 『베테랑의 몸』 "검은 새 하나가 쇠사슬에 매달린 저울추처럼 땅이라는 접시 위에 오롯이 놓인 세상과 무게를 겨누며 높아지고 낮아지기를 반복한다." ⏤김숨, 『잃어버린 이름』 "노동 계급 청년들의 삶을 기록하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 것은 개인사와 지적 호기심 덕분이었다." ⏤제니퍼 M. 실바, 『커밍 업 쇼트』 "귀 기울여야 들리는 소리는 마침내 이야기가 된다." ⏤팀 잉골드, 『조응』 "나는 악수가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 2024. 9. 11.
망설임 없이, 음악 없이(<로제타>, 다르덴 형제, 1999) 카메라는 ‘로제타’의 움직임을, 세세한 동선을, 머뭇거림 없는 몸짓을 좇는다. 직장에서 쫓겨나기 전부터 그녀의 몸은 혹여라도 쫓겨날까 바쁘기만 하다. 몸을 가만히 두는 법이 없다. 거침없는 그 몸짓은 자신의 몸에 대해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음을, 자신의 몸을 한번도 어루만져본 적이 없음을, 몸이란 그저 고통이 시작되는 장소 외엔 그 어떤 의미도 가져보지 않았음을 무심하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단 한번도 로제타를 먼저 기다리고 있지 못하는 카메라는 항상 로제타의 몸보다 늦다(바로 이 점이 다르덴 형제만의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 로제타를 ‘무심히’ 담아냄으로써 그녀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카메라의 거친 움직임은 윤리적이기까지 하다) . 그러니 우리가 로제타만이 아는 지름길과 관리인의 눈.. 2012.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