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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구하는 이가 먼저 돕는다5

『대피소의 문학』 저자 인터뷰 문학의 역할이나 소명에 대한 기대가 회의적으로 변하는 시대에 ‘대피소’라는 긴급한 장소와 ‘문학’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왜 ‘대피소의 문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시는지요? 저뿐만 아니라 참사의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무기력을 경험했을 것입니다. 한동안 ‘구조 요청’에 누구도 응답하지 못했다는 부채감 속에서 지냈습니다. 참사의 사회적 의미나 현실을 진단하는 것이 아닌 참사 현장에 관한 글들을 찾아 읽으면서 ‘현실’과 ‘현장’의 온도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깥을 향해 도움을 구했던 이들이 외려 또 다른 누군가를 구해내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가령, 유가족들의 투쟁이나 참사 현장에 관한 증언) 아무도 구하지 못했다는 무기력이야말로 재난 시스템이 .. 2023. 12. 7.
『대피소의 문학』출간기념 김대성 저자와의 만남 : 도움을 구하는 이가 먼저 돕는다 ※ 강연신청 : http://bit.ly/2VX4fNY 일시 2019.6.15.(토) 오후 3시 프로그램 3시~3시50분 저자 강연 3시50분~4시 휴식 4시~ 자유로운 질의응답과 토론 장소 다중지성의 정원 (문의 02-325-2102) 오시는 길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8길 9-13 (서교동 464-56) http://daziwon.com/?page_id=1655 * “생활예술모임 ‘곳간’과 모임 ‘회복하는 글쓰기’ 대표로 활동하는 평론가 김대성의 두번째 비평집” ― 한겨레신문 “바스러져 가는 영혼에 따뜻한 물 한잔…이 시대 문학의 존재 이유” ― 국제신문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에서 문학이 담보해야 할 역할을 묻는다” ― 연합뉴스 “비평가의 마지막 세대 혹은 새 비평 정신의 첫 세대”로 평가받는 문학.. 2019. 5. 30.
<대피소의 문학>(갈무리, 2019) 출간 416세월호 5주기, 출간 마음껏 기뻐할 수만은 없는 오늘, (갈무리, 2019)이 출간되었습니다. 을 지탱하고 있는 두 축 중에 하나가 416세월호라는 사건입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빠른 속도로 침몰하고 있을 때 유일하게 침몰하지 않은 건 416세월호 유가족들이었고, 침몰하는 배 안에서 서로를 구했던 세월호에 탑승한 승객들로 인해 '구조 요청'의 말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아무도 그들을 구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쉼없이 누군가를 구했습니다. 그 힘에 기대어 '도움을 구하는 이가 먼저 돕는다'는 문장을 쓸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는, 책 출간은 대개 한 시절을 떠나보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한 권의 책이 마침내 세상에 나오는 동안 필자는 그 책에 담긴 시절과 결별할 준비를 마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 2019. 4. 16.
도움을 구하는 이가 먼저 돕는다(2) 한데서 부르는 이름 김윤아의 네번째 솔로 앨범 (2016)은 어딘지 알 수 없는 ‘한데’서 시작 한다. 가까운 곳에서 부는 바람, 아득한 곳의 물결, 저 멀리서 내려치는 번개 소리가 44초 동안 흐르면 누군가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노래는 시작된다. “너의 이름 노래가 되어서 / 가슴 안에 강처럼 흐르네 / 흐르는 그 강을 따라서 가면 너에게 닿을까 / 언젠가는 너에게 닿을까” 누군가를 잃은 이는 더 이상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 없는 적막은 그이가 곁에 없다는 현실을 무섭게 짓누르기 때문이다. ‘내’가 더 이상 부를 수 없는 ‘너’의 이름이 노래가 되어 세상에 흐른다면 무거운 바위가 짓누르고 있는 너의 이름이 마음 속에 흘러들어와 내 안에서 강처럼 흐르지 않을까. 그 강을 따.. 2018. 3. 18.
아무도 고백하지 않는 밤의 장소 2018. 1. 31 1. ‘터 놓고 말할 수 있는 관계’라는 구절을 새삼스레 매만졌던 밤은 한 친구의 ‘집들이’ 초대를 받았던 날이었다. 몹시 추운 날이었지만 아늑하고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한동안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저녁에 잊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그곳에 모였던 사람들이 의도 없이 주고 받았던 선물이 매만져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온기처럼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터 놓고 말할 수 있는 관계’란 막연하게 편하다거나 언제라도 ‘고백’이 가능한 관계를 말하지 않는다. 차라리 편안함 속에서도 고백하지 않을 수 있는 관계에 가깝다. ‘터 놓는다’는 건 ‘터를 닦는 것’과 분리되지 않는다. ‘터 놓’고 말할 수 있는 관계’는 친밀성으로 쌓아올린 폐쇄적인 커뮤.. 2018.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