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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2

입말과 입맛-권여선론 먹는다는 것(1) 권여선의 소설은 불안정한 삶의 조건과 세상에 대한 불신 속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인물들로 가득하다.[각주:1] 손쓸 수 없는 운명에 붙들린 그들의 집요하고 지독한 응시엔 지난 과오를 회억하는 성찰의 기미가 얹혀 있지만 언제나 그보다 도드라지는 건 자기혐오나 출처를 알기 어려운 타인을 향한 과잉된 증오심이다. 기억을 헤집으며 곳곳에서 증오의 단서들을 쌓아올리지만 거의 모든 인물들이 곧 증발해버릴 것 같은 느낌에 휩싸이는 것은 좀처럼 식지 않는 뜨거운 정념 때문일 것이다. 초기부터 줄곧 그런 작품을 써온 권여선의 소설세계에서 『토우의 집』은 다소 이례적인 작품처럼 느껴진다. 삼악산 남쪽면을 복개해 산복도로를 만들면서 생겨난 동네인 삼악동이 삼벌레고개로 불리는 이력을 차근차근 안내하는 것으로.. 2020. 7. 19.
전작 읽기_권여선(1) 전작 읽기_권여선(1) 에서 전작 읽기를 시작합니다. 한 작가가 써내려 간 작품을 빠짐없이 따라 읽으며 한 사람이 가닿고자 하는 세상의 모습(희망)을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오랫동안 보살펴온 희망과 염원의 걸음 곁에 각자의 발자국을 남겨봅시다. 누군가의 초대로만 열리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나직하게, 긴 호흡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이어갔으면 합니다. 첫 번째 작가로 권여선의 장편 소설 두 권과 소실집 두 권을 읽습니다. 삶이 있는 곳에 상처가 있으며 곳곳에 편재한 폭력에 바스러져가는 영혼에 대한 안타까움. 그러나 부서짐 속에서 기어코 빛을 내는 존재의 힘을 마주하게 하는 소설을 함께 읽으며 가혹한 세상을 넘어가는 방식을, 살아내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았으면 합니다. “어떤 삶은 이유 없이 가혹한데, .. 2019.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