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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2

"하나의 세계" 여름에도 차는 뜨거운 것으로 마시고 차가운 물보다는 미적지근한 물을 마시게 된 습관은 어쪄면 내 집에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물론 나는 건강을 생각해서 미적지근한 물을 선호하고 돈을 내고 먹는 음식은 어쨌든 뜨거워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2000년대 소설의 아이콘인 박민규의 에도 '냉장고'가 나온다. '웅~ 소리를 내며 쉬지 않고 돌아가는 썩지 않는 세계'. 골방에서 "하나의 세계"를 만났다고 했던 작가 박민규는 자신의 방에 처음으로 냉장고가 들어왔을 때의 감흥을 그런 식으로 표현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터무니 없이 늦었지만 이제 나도 그 '부패가 없는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다. 쉼없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을 저 냉장고의 세계가 내 집에 들어왔다. 그 기념으.. 2012. 7. 29.
생존의 비용 : 지우는 글쓰기와 장르 문법 “나는 달로 간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한유주, 「달로」, , 문학과지성사, 2006, 8쪽)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이 있다. 그런 문장을 첫 번째 소설집의 첫 번째 문장으로 기입했어야만 한 소설가가 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세계의 뒷면’, 다시 말해 ‘말의 뒷면’을 검질기게 파고들었다. 한유주의 소설이 언제나 죽음의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는 것은 그가 놓여 있는 세계의 한켠이 죽음에 반쯤 잠겨 있거나 그의 글이 한쪽 발을 죽음 강에 담그고 있을 때만 씌어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세계의 뒷면에 가닿으려고 하는 것은 세계의 앞면은 이미 붕괴해버렸거나(“겉장이 달아나고 없는 세계”, 「죽음의 푸가」, , 44쪽) 극심하게 오염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한유주는 이러한 세계에서 쓴다는 것은 .. 2011. 8.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