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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정2

문학의 곳간 69회_박민정,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2020) [69회 문학의 곳간] 안내 69회 ‘문학의 곳간’에선 박민정 소설가의 세 번째 소설집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2020)를 함께 읽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말하기 어려운 오늘의 문제들을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첨예한 방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박민정 작가의 소설을 따라가다보면 정교함과 통찰력이 쓰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읽는 사람에게도 요청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현실의 문제를 누구보다 넓게 펼치면서도 그 속에서 갈등하고 충돌하는 입장과 욕망을 촘촘하게 벼리는 박민정의 소설과 함께 곳간 친구들이 대면하고 있는 첨예한 문제들을 가시화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문학의 곳간 69회]박민정, 『바비의 분위기』(문학과지성사, 2020)일시 : 2020년 9월 26일 토요일 오후 3시~인원 : .. 2020. 9. 14.
박민정의 두 번째 소설집(계속) 너는 듣거나 보지 못했겠지만, 선생은 종종 혼잣말을 했고 즐거운 상황들을 강박적으로 상상하다 히죽 웃곤 했다. 아카데미가 있는 동네를 벗어나면 선생은 고삐 풀린 것처럼 행동했다. 집 앞 카페에 앉아 공부를 할 때 증상은 심해졌다.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후비는가 하면, 아이처럼 손가락을 빨아대기도 했고 머리카락을 뽑기도 했다. 선생은 어느 정도 자기 행동을 자각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하던 때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틱 비슷한 증상이 시작됐다는 것도 물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은 애써 자기 행동을 고치려 들지 않았다. 대학원생으로서, 시간강사로서, 입시 컨설턴트로서의 자신과 그 외의 자신을 구분하는 것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선생은 남들이 보지.. 2018.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