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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용

박민정의 두 번째 소설집(계속)

by 종업원 2018. 12. 16.



너는 듣거나 보지 못했겠지만, 선생은 종종 혼잣말을 했고 즐거운 상황들을 강박적으로 상상하다 히죽 웃곤 했다. 아카데미가 있는 동네를 벗어나면 선생은 고삐 풀린 것처럼 행동했다. 집 앞 카페에 앉아 공부를 할 때 증상은 심해졌다.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후비는가 하면, 아이처럼 손가락을 빨아대기도 했고 머리카락을 뽑기도 했다. 선생은 어느 정도 자기 행동을 자각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하던 때 그랬던 것처럼 일종의 틱 비슷한 증상이 시작됐다는 것도 물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은 애써 자기 행동을 고치려 들지 않았다. 대학원생으로서, 시간강사로서, 입시 컨설턴트로서의 자신과 그 외의 자신을 구분하는 것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선생은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고 그런 자신을 들키지 않는다는 것에 일종의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만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내게 요즘 심각한 문제가 있어. 임상적으로"라고 가법게 털어놓았을 뿐이다. 

선생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을 싫어했고 자신이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선생은 교수를 꿈꾸지 않았다. 언제까지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지역의 대학을 떠돌며 강의하는 시간강사여도 좋았고 일이 잘 풀려 상담센터의 슈퍼바이저로 자리잡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역시 많은 이들이 노리고 있으며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_박민정, 「청순한 마음」, 『아내들의 학교』, 문학동네, 2017, 172~1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