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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2

허리숙여 절하는 이유 2017. 6.20 나루세 미키오(成瀬巳喜男)의 1952년작 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나를 사로잡은 건 은화일지도 몰라 바닥에 떨어진 병뚜껑을 줍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유일하게 의지했던 딸로부터 왜 나를 낳았냐고, 왜 여러 남자와 결혼을 했냐고 따지는 말에 너희들을 키우기 위해선 그럴 수밖에 었었다고, 유일하게 의지하고 있던 너마저 어떻게 내게 그럴 수가 있냐고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한 뒤, 어머니는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찐빵을 챙겨가도 되겠냐고 딸에게 되묻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혹여나 은화일까 싶어 어머니는 갑자기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무언가를 집어올린다. 기대와 달리 은화가 아니라 병뚜껑이다. 손바닥에 쥐어진 것이 쓸모없는 병두껑일지라도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줍.. 2017. 9. 9.
물을 뿌리는 사람, 씨앗을 뿌리는 사람 * 나루세 미키오 영화 속의 물을 뿌리는 여자들 (1952) (1954) (1967)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예정대로 6회 지방 선거가 진행되었고 예상처럼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 산다는 것, 정확하게 말해 바다에 빠진 수백 명의 아이들 중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산다는 것은 체념과 덧없음을 외투처럼 입고 그 이물감을 견디는 일과 다르지 않다. 진짜 절망은 바로 그 체념과 덧없음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모두를 무력감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저 체념과 덧없음이라는 구조와 싸워야 한다. 싸워 버텨내야 한다. 얼마 전 에서 기획전으로 열린 나루세 미키오(成瀬巳喜男, 1905∼1969)의 영화들을 보면서 섬세하고 유려하게 묘사하고 있는 도저한 비애와 삶의 무상함을 탐닉.. 2014.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