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를 베다1 아무도 모르게 일어나는 기적―윤성희, 『베개를 베다』(문학동네, 2016) 1 윤성희의 『베개를 베다』를 읽다가 어째서인지 드문드문 언급되는 음식을 옮겨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곁에 노트를 펴두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의 이름을 적어가며 소설을 읽었다. 노트에 옮겨적으면서 기이할정도로 음식이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되었지만 그렇게 빈번하게 나오는 음식이 그토록 아무런 의미도 없이 계속 나온다는 것이 기이하게 여겨졌다. 단 한번도 ‘맛있게 먹었다’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의 목록을 이토록 강박적으로 등장시키는 이유는 뭘까. 소설을 읽어갈수록 음식의 목록은 많아졌지만 소설에서의 역할과 의미는 더 옅어졌다. 그렇고 그런 음식들, 먹어도 그만이고 먹지 않아도 그만인 음식들, 너무 맵거나 식어버려서 ‘맛’을 제대로 느낄 수도 없는 음식들, 먹다남은 것이거.. 2016. 10.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