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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쓰기4

불쑥 건너는 밭은 잠에서 깨면 몸보다 손가락이 먼저 움직인다.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는 손가락은 무언가를 잡기보단 오늘도 무심하게 환한 이 세상이 무사한지 더듬어볼 뿐이다. 극적인 것이나 드라마틱한 기대 없이. 벽에 귀를 가져다대면 벽 너머의 희미한 소리가 금지된 무언가가 번지듯 천천히 선명해지는 것처럼, 멀리서 오고 있는 열차의 기척을 희미하게 느끼기라도 하듯 지난밤과 잠과 꿈과 몸의 기척을 더듬어본다. 서로가 너무 가깝거나 아득해서 온통 뿌옇고 희미할 뿐이다. 물 한 잔이 필요하다. 작은 파도가 일렁일 때 잠시 나타나는 물보라처럼 차갑지 않은 물 한 잔이면 몸에도 작은 물보라가인다. 소꼽놀이용 청진기를 가져다대보는 꼴이겠지만 미동 없는 몸을 무심하게 살피며 전자시계의 숫자가 바뀌는 것처럼 변함없이 무사.. 2022. 3. 20.
오늘도 우리는 테이블 위에서 우물을 길어올릴 테니까 ‘아침에는 책상이 되고 점심엔 식탁이 되며 저녁엔 테이블이 되는 곳은?’ 이건 사물이 아니라 장소에 관한 수수께끼다. 사람들의 손길이 어울려 그곳에 숨결을 불어넣을 때 장소가 조형된다. 서로의 손길이 만나는 곳, 나누고, 만들고, 더하고, 덜기도 하는 곳은 언제나 테이블 위에서다. ‘책상’은 어쩐지 주인이 있을 것만 같고 ‘식탁’은 음식이 없다면 조금 쓸쓸해진다. 하지만 ‘테이블’은 손가락을 가지런히 올려두기만 해도 충분하다. 모든 장소엔 테이블이 있다. 그 위에서, 그 곁에서 사람들이 만나 어울린다. 엔 세 개의 테이블이 있다. 하나의 테이블은 당연히 책을 위한 자리로 사용 되고 다른 하나는 책방 방문객들이 앉아서 책을 보는 곳으로, 나머지 하나는 주로 주인장의 몫으로 사용 되는 듯하다. 생활글쓰기 모.. 2020. 7. 21.
생활문학 탐구 와 함께 하는 생활글쓰기 시즌 2 ‘생활문학’ 탐구 1강 ‘생활문학’이란 무엇인가요?2강 생활, 의(義) : 생활 속에서 지켜가는 정의로운 원칙3강 생활, 식(識) : 생활 속에서 익어가는 것들_습관과 버릇 4강 생활, 주(洲) : 함께 있지만 모르는 것들_집, 방, 몸5강 생활선언문 쓰기6강 어제 나부끼던 깃발 : 생활문학 탐구 후기 *신청은 마감되었습니다 2020. 7. 12.
회복하는 글쓰기 Ⅰ단편 소설과 함께 비평 쓰기(마감) 강좌 소개 모두가 글을 쓰고자 하지만 막상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글쓰기를 지속하는 일은 더 어려운 일이지요. ‘매일매일 성실하게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글쓰기의 핵심입니다. 글쓰기는 나조차 모르는 ‘나’를 탐색하고 탐구하는 효과적인 활동이기도 합니다. '시작의 문턱'에서 매번 넘어졌던 글쓰기도 함께 읽고 쓴다면 서로에게 바통을 건네주는 계주처럼 힘껏 달리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을 쓰다가) 힘들면 그 자리에 멈춰서도 됩니다. 함께 읽고 쓰고 있는 동료가 이어서 달릴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동시대의 한국 소설가들의 특색 있는 단편 소설을 읽고 각자의 글을 써서 나누고자 합니다. 일상적인 에세이부터 비평에 이르기까지 글의 내용과 형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6주 동안, .. 2018.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