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족의 이사1 어느 부족의 이사 2017. 12. 23 오랜만에 들른 본가 옥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기이할 정도로 변함없었지만 저 멀리 보이는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가 곧 폐교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986년 늦봄, 연산 7동 ‘고개만디’에서 또 다른 만디인 성북고개로 이사 왔을 때 아버지는 이라크에 있었고 어머니는 파출부부터 식당 주방일까지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일용직 노동자였다. 먼 이국 땅에서 아버지가 보내온 ‘딸라’에 빚을 더해 생애 처음으로 ‘내 집’을 장만한 어머니는 하루에 ‘세 탕’까지 뛰고도 고스톱을 치러 다닐 만큼 삶의 의욕으로 넘쳤다. 이농한 도시 빈민 출신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내 부모 역시 부자가 되지 못했다. 다만 육체 노동의 세월 속에서 유일한 재산이었던 ‘몸뚱이’가 빠르게 마모되어 두 사람 모두 나란히 병을 .. 2018. 1. 12. 이전 1 다음